삼성전자 '멀티OS' 전략엔 함정도 있다
다변화에 따른 비용 부담 커..신규 OS 실패 우려도
2011-09-08 14:30:00 2011-09-08 19:34:03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운영체제(OS)의 다각화, 이른바 '멀티 OS'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OS '윈도8'에 기반한 태블릿을 개발키로 했다.
 
삼성은 현재 80%를 웃도는 구글 안드로이드 OS 의존율를 낮추는 한편, 독자 개발한 OS '바다(bada)'와 MS의 윈도8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OS 기반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을 차곡차곡 실행에 옮기고 있다.
 
회사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인텔의 모바일 OS인 미고(MeeGo) 개발에 삼성이 참여할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1)'에서 "자체 OS 바다 외에 다른 OS도 개발 중"이라고 말해, 삼성이 앞으로도 멀티 OS 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처럼 강조하는 멀티 OS 전략이 빛을 보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충분한 투자여력이 필수다. OS가 아무리 개방형이라고 해도 '공짜'는 아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OS 개발·업그레이드 등에 들이는 비용이 전체 비중의 70%를 차지한다면, 나머지 30%는 제조사들이 디바이스에 OS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채워넣어야 비로소 스마트기기 한대가 완성된다.
 
따라서 OS 기반이 다각화돼 있을 수록 스마트폰 연구·개발(R&D)과 투자에 드는 비용이 불어나는 건 당연하다.
 
스마트폰 경쟁력 면에서 뒤진 LG전자(066570)와 팬택이 멀티 OS 전략에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고 안드로이드만 고집하는 것도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못 미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둘째, 제조사와 OS간 시너지 효과가 뚜렷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상호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돼야지 제조사와 OS간 경쟁력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선 안된다는 얘기다.
 
제조사가 자칫 인지도 없는 OS를 채택했다가 스마트폰 판매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면 브랜드 가치만 훼손될 수 있다.
 
기술 경쟁력만 놓고 볼 때 삼성은 현재 어떤 OS를 입는다 해도 제공자들에게 환영받는 입장이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삼성을 애플에 맞서 대등하게 경쟁할 유일 고객사로 여긴다.
 
여기엔 안드로이드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 갤럭시S가 안드로이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분기 17.2%에서 올 2분기 43.4%까지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 태블릿 분야에서 삼성과 손을 맞잡은 MS는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 아직 명함을 못 내밀고 있다.
 
MS의 자체 OS 기반인 '윈도폰7' 점유율은 출시 이래 지속적인 하락세다. 지난 2분기 점유율은 1.6%로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삼성 바다에 세계 5위 자리까지 내줬다.
  
즉 이번 양사간 제휴로 MS는 삼성 태블릿에 힘입어 인지도를 넓힐 기회를 잡았지만, 삼성으로선 MS를 통해 애플 아이패드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큼의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의 멀티 OS 전략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MS와의 공조가 궁극적으로 삼성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로선 단일 OS를 유지했을 때의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애플처럼 시장을 이끄는 입장이 아닌 제조사가 솔루션 하나로 시장에 뛰어들다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노키아 등의 사례로 확인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석으로 몰린 왕년의 휴대폰 제왕 노키아는 20년간 공을 들인 자체 OS '심비안'을 뒤로하고, 대신 MS의 최신 OS버전인 '망고폰'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현재까지 성적은 초라하지만 MS 윈도폰의 전망이 비교적 밝다는 점도 삼성 OS 다각화가 장기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업계에선 노키아가 심비안을 사실상 포기하고 윈도폰7을 채용한 만큼, 그간 심비안이 유지해오던 점유율 상당 비중을 MS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애킴 버그 MS 부사장도 이 점에 착안, IFA 2011에서 "향후 2~3년 내 윈도폰이 세계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윈도폰이 아직은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수준은 못 되지만, 세계 PC(개인용컴퓨터)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MS의 기술력이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파급을 불러 일으킬 지 모르는 일"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또 "삼성의 멀티 OS 전략이 단기에 애플 iOS 경쟁력을 뛰어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애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치있는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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