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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금융겸업, 확대 논의 적절한가
2012-08-22 19:39:20 2012-08-22 19:40:22
[뉴스토마토 김혜실 기자] 앵커 : 최근 국내에서 대형증권사에 대한 대출업무 허용과 같은 금융겸업 확대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겸업, 글로벌 트렌드와 시사점에 대해 김혜실 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김 기자, 일단 금융겸업이 무엇이고 글로벌 추세는 어떤지 짚어주시죠.
 
기자 : 금융 겸업이라는 것은 한 금융기관이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금융서비스를 취급하는건데요. 이와 반대의 개념으로는 각각의 금융회사들이 해당 고유 서비스만 제공하는 전업주의를 들 수 있겠습니다. 겸업화를 하면 금융사간 시너지 효과와 정보생산의 효율성 등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투자대상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셰도우뱅킹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적으로 금융 자유화가 나타나고 금융혁신 및 IT기술이 확산되면서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의 대형화, 겸업화,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금융업을 높은 부가가치와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금융제도 개혁에 주력해 왔구요. 특히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 대형화를 추진하고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2009년 자본시장법을 마련해 금융겸업화도 적극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의 기조를 재점검하고 금융규제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는데요. 이 일환으로 금융회사의 겸업제한 문제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부각된겁니다.
 
앵커 :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주요국들이 겸업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건데요. 겸업화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겁니까.
 
기자 : 금융위기 발생 이후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겸업화 확산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었습니다. 볼커 미 연준의장 등 금융계 주요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글라스 스티걸법 부활을 주장했습니다. 글라스 스티걸법이라는 것은 1930년대 미국에서 은행규제를 목적으로 제정한 법으로, 핵심내용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엄격한 분린데요. 1933년부터 시행되다가 1999년 금융 자유화 바람을 타고 폐지됐었습니다. 이들이 겸업 금지를 주장한 것은 투자은행 부문에서 유발된 금융불안이 겸업화된 영업구조를 연결고리로 해서 상업은행으로 전이되면서 겸업은행들이 연쇄 도산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겸업과 금융위기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손실의 대부분이 모기지, 기업대출 등 고유자산에서 발생했을 뿐 계열사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손실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겁니다.
 
앵커 : 여러의견들이 분분했던 것 같은데 주요국들은 금융겸업 어떻게 적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 네. 말씀드렸다시피 금융겸업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했는데요. 대형 금융회사의 파산이 다른 금융회사들의 연쇄파산을 유발하거나 자본시장 기능을 마비시켜 전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은 분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2010년 금융개혁법을 마련하면서 은행, 은행지주회사, 소속 자회사에 대해 고객서비스와 관련없는 투자은행 업무를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하고 시행을 준비 중입니다. 이것을 볼커룰이라 하는데요. 은행업과 증권업 겸업을 전면 금지했던 글라스 스티걸법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그 입법 정신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 과도한 리스크를 유발할 만큼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는 상황을 방지한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또 예금보험, 공적자금 지원 등의 금융안전망은 위기시에 한해서 본질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은행에게만 제공되어야 한다는 원칙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은 소매·도매·투자금융업으로 구성된 현행 겸업은행 체계에서 소매은행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매은행 부문을 겸업은행 내에 자회사 법인으로 존치시키되, 독립된 이사회와 별도의 자본금을 보유하도록해 다른 부문과 격리시킬 예정입니다.
 
앵커 : 글로벌 움직임을 살펴봤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 우리나라는 과거 미국, 일본의 영향을 받아 전업주의를 채택했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각각의 핵심업무를 제외한 업무에 대해서는 각 금융회사가 겸업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확대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은 지주회사 방식을 활용한 금융투자업이나 보험업 진출이 용이한 반면 증권·보험회사는 금산분리 등 은행소유 규제, 자본규모 취약 등의 문제로 은행 자회사를 인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 겸업 확대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보험회사는 여·수신, 지급결제 등의 은행업무를 지주회사를 통한 외부겸업이 아닌 내부겸업 형태로 수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는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증권사에 대출업무를 허용해달라는 건데요.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내부겸업 방식은 국제적으로 여전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은 1999년 겸업 허용 후에도 내부겸업 제한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유지해왔고, 영국 역시 소매은행업에 대해서는 다른 금융 부문과 격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겸업에 따른 효율성도 있겠지만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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