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토즈소프트, 거액들여 관계사 지분매입..'국부유출·배임' 논란
2012-10-23 11:56:04 2012-10-23 12:54:39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중국 게임사인 샨다게임즈가 국내 우량기업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뒤 한국 자본시장의 취약성을 이용해 단물만 빼먹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액토즈소프트(052790)가 거액을 들여 관계사인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국부유출' 논란에 업무상 배임 가능성까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액토즈소프트는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지분 20.5%를 1135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향후 사업을 모바일과 퍼블리싱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우수한 개발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캐시카우 흔들리는 회사를 무려 취득가 5배로?
 
첫번째는 기업가치 산정 문제다. 샨다게임즈는 자회사 샨다코리안인베스트먼트(Shanda Korean Investment Ltd)와 샨다게임즈인터내셔널(Shanda Games International Pte)을 통해 각각 액토즈소프트(51%)와 아이덴티티게임즈(100%)를 지배하고 있다.
 
 ◇샨다게임즈 지배구조
 
2010년 9월 샨다게임즈인터내셔널이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했을 때 취득가는 약 1100억원 수준이었다. 액토즈소프트가 20%를 딱 그 가격에 인수했으니, 불과 2년 만에 기업가치가 5배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기업가치 상승요인을 찾기가 어렵다.
 
액토즈소프트측은 이에 대해 “관계사간 거래인 이번 지분인수에서 기업가치 적정성이 회사와 주주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잘 알고 있다”며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에 평가를 의뢰해 산출한 결과로 외부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인수 당시엔 매출이 미미했지만 드래곤네스트의 성공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고, 이것이 평가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아이덴티티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일한 캐시카우인 드래곤네스트의 인기 지속 여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경상보>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2010년 드래곤네스트는 중국에서 퍼블리싱 됐을 당시 동시접속자수 70만명을 넘으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지만, 지금은 10만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주요 게임사이트에서도 순위가 크게 뒤로 밀려난 상태다.
 
정황상으로 보면 샨다가 아이덴티티를 인수하기 전후 시점보다 지금이 오히려 드래곤네스트의 상품성이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드래곤네스트는 또 다른 해외국가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기업가치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기업을 거꾸로 5배 비싼 값으로 산 셈인데, 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현금흐름할인법과 유사기업비교법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했다”며 “최근 드래곤네스트의 트래픽이 하락한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게임 하나 성과만으로 평가가 잘못됐다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산총액과 맞먹는 금액으로 왜?
 
두번째로는 액토즈가 왜 무리를 하면서까지 아이덴티티 지분을 사야했느냐는 것이다.
 
액토즈소프트가 지불해야 할 인수금액 1135억원은 최근 사업연도 자산총액 대비 93.63%에 이른다. 쉽게 말해 거의 전재산을 쏟아 남의 자산 20%를 취득했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이미 두 회사 모두 샨다게임즈의 강력한 지배구조 안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많아 굳이 큰 돈을 들여 지분을 살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액토즈소프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사업비중에서 모바일과 퍼블리싱 영역이 높아지고 있어 우수한 개발력을 가진 회사와의 제휴 및 지적재산권(IP)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관계사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의결권을 확보함으로써 두 회사의 구분된 사업영역과 전략을 일부 통합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드래곤네스트를 비롯한 아이덴티티게임즈 작품들의 국내 판권을 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인수대금을 충분히 납부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덴티티 '드래곤네스트', 최근 국내 및 중국에서 인기하락 추세다.
 
하지만 PC방 게임 리서치기관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국내 드래곤네스트의 점유율은 10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다른 게임들 역시 흥행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인기가 많지 않은 게임의 국내 판권을 획득하기 위해 1135억원을 쓸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 정도 자금이면 소규모 개발사 수십개에 투자할 수 있다.
 
◇“편법 이용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
 
업계에서는 샨다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시켜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지분을 사게 한 것을 두고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액토즈소프트의 전직 관계자는 “편법을 이용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회사가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경우 매각이나 배당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샨다는 드래곤네스트의 인기 하락으로 적절한 매각시점을 놓쳤고, 배당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결국 인수 당시보다 성장성이 크게 떨어진 회사를 관계사가 지분을 사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전액을 회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부유출 논란을 넘어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상장사로서 외부투자자가 50% 가까이 된다. 굳이 인수할 필요가 없는 기업을 같은 그룹 내 계열사라고 해서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무리를 하면서까지 샀다면, 회사 및 주주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게임즈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동해 샨다게임즈 부사장은 "국부유출 논란은 이미 예전에 끝난 얘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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