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갈아엎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도대체 왜'
조직개혁? 성난 민심 달래기?
'금융위 폐지·소비자보호기능 분리' 논의 활발
김석동·권혁세..밥그릇 챙기기에 바빠
2012-11-08 17:33:11 2012-11-08 17:34:47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대선을 앞두고 금융행정 및 감독체제 개편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금융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 쌍봉형(Twin Peaks) 체계로 가는 방안도 유력해 보인다.
 
대선 주자들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금융감독체제의 큰 틀이 불과 5년만에 또 다시 바뀌게 된다.
 
◇바뀌어도 너무 자주 바뀌는 금융감독체제
 
8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체제 개편의 역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 초 재정경제부에서 금융감독기능을 분리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이듬해 은행감독원·보험감독원·증권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에 나눠져 있던 감독기능을 통합해 '금융감독원'을 설치했다.
 
권역별로 감독기관이 나눠져 있어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다음 체제개편은 2001년 초에 이뤄졌다. 신용금고 부정대출 사건에 금감원 직원 일부가 연루된 것이 개편의 원인이었다.
 
재경부는 그해 4월 '금융감독체계 효율화 방안'을 통해 현행 이원적 감독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금감위의 감독정책기능과 금감원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자 이듬해 감독체제는 또 한번 뒤바꼈다.
 
재경부는 중요한 거시금융정책사항을 결정하고, 금감위는 일상적인 금융감독업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역할이 나눠졌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관계도 재정립돼 금감위는 정책이나 법령관련 판단 등 공권력적 업무를 금감원은 상시감시와 검사를 통한 감독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감독체계는 5년만에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랐다.
 
'감독기구 설치법'을 개정해 재경부의 금융정책국과 금감위를 통합한 금융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직을 금지했다.
 
금융위는 금감원 업무를 지도감독하고 금감원의 규칙에 대한 시정명령권을 갖도록 했고,  금감원은 검사·제재를 실시하는 한편 금융위의 업무를 지원토록 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감독기능과 금감원의 집행기능 사이의 중층적 감독구조 해소는 실패했다.
 
이후로도 한국은행의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제출과 공동검사 권한을 강화하고 예금보험공사의 단독조사 대상 저축은행을 확대하는 한편,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해 소비자보호 기능과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들 "금융위 폐지..소비자보호기능 분리"
 
내달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또 다시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을 쏟아내고 있다. 개편 내용은 크게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업무의 분리'와 '건전성 감독기구와 소비자 보호기구의 분리'로 볼 수 있다.
 
현재 금융정책과 감독업무를 분리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는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안 후보는 금융위의 기능을 분리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유관기관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위원회 성격의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 역시 금융위를 해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기구와 협의체인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방안이다.
 
반면, 박 후보는 금융위에 힘을 실어주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에 나눠진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 업무를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전성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를 분리하는 쌍봉형(Twin Peaks) 감독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세 후보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금감원 조직의 공무원화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 후보의 안대로 금융부가 신설될 경우 산하 직원들은 모두 공무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도 민간조직인 금감원 구성원들을 공무원화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조직개혁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저축은행 사태나 키코(KIKO) 불완전판매, 금리담합 사건 등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음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도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동·권혁세 밥그릇 챙기기..'바쁘다 바빠'
 
금융위 해체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감도체제 개편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자주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역사는 5000년이 됐는데 감독기구는 5년마다 바뀐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경재정책·예산·세제·금융 네 가지 기능의 여러 가지 조합방식을 거의 모두 경험했다"면서 "현행 금융행정시스템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그 효율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쌍봉형 감독체제 도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권 원장은 "트윈픽스 체계가 글로벌스탠다드는 아니다"며 "전 세계에서 호주와 네덜란드에서만 하고 있는 것이고, 그 나라들도 비효율과 정보교환 미흡, 감독 사각지대 발생 등으로 공적자금 투입 등 실패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또 "지금도 공정위·감사원·한국은행·예보·금감원·소비자보호원 등 많은 기관들이 감시하고 있다"며 "금감원까지 두개로 나뉘어 중복으로 감독하면 금융회사의 부담이 더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권 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전난 열린 세미나에서 "감독당국도 시장변화에 적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시장친화적인 감독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공무원화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무원이 감독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낡은 행정법"이라며 "(금감원 조직이) 공무원이 돼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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