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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이어 친박?' 방송계, 갈등 고조
방통위, 정수장학회 '측근인사'..野·시민사회 반발 이어져
MBC 신임 사장 공모에 이목 집중
2013-04-03 17:30:13 2013-04-03 17:32:44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계에 ‘박풍’이 몰아치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와 정수장학회 이사장 내정자가 모두 ‘친박’ 인사로 정해진 것을 놓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계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조짐이다.
 
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0일 열기로 했다.
 
이경재 내정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공보수석비서관, 공보처 차관 등을 지냈다. 15~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에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력 상으로는 크게 흠 잡을 곳이 없지만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정치적 색깔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이 내정자는 문방위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권한을 옹호하고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편향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통합당은 “이경재 내정자는 ‘박근혜 사람’으로 보은인사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방송의 중립성을 보호해야 할 방통위원장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내정자가 장남의 아파트 전세금 2억원을 지원하며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주장했다. 이 경재 내정자는 즉각 “신부의 국적이 외국인인 관계로 혼인신고가 늦어져 3월25일 신고를 마쳤고 동시에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계획이여서 인사청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선임된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내정자를 둘러싼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정수장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삼천 내정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 자리에서 “최필립 전 이사장과 김삼천 내정자는 한마디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관계인’인 김 내정자가 취임하게 된다면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 필연적으로 재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를 졸업했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수혜자들의 모임으로 회원 수가 3만8000여명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32년 간 이사장으로 있던 한국문화재단 감사를 역임했으며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 개인 최고한도인 500만원을 매년 후원하는 등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의 유력 인사인 고(故) 김지태 씨가 설립한 부일 장학회의 후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한 강제 헌납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장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부산일보 지분의 100%, MBC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정수장학회 이사장 인사 논란 속에 MBC의 신임 사장 인선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재철 전 사장의 후임으로 어떤 성향의 사람이 오느냐가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을 짐작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 등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정흥보 전 사장과 황희만 전 부사장은 사장공모에 지원하겠다는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강성주 포항MBC 사장, 최명길 보도국 유럽지사장, 김성수 목포MBC 사장, 김종오 전 대구MBC 사장, 전영배 MBC C&I사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또 권재홍 보도본부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김종국 대전MBC 사장, 차경호 대구MBC 사장 등 ‘친 김재철파’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포함됐다.
 
MBC 관계자는 “아직 공모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 거론되는 사람들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4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사장 공모 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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