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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대화록 발췌문, 무엇이 논란이었나?
새누리당 정보위원들, NLL·보고 발언 등 일부 과장 의혹
경수로 설치·미국 비판 발언 여부는 '확인'
2013-06-24 19:51:55 2013-06-24 19:55:0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2007년 평양에서 나눈 대화록 발췌문이 공개됐다.
 
발췌문에는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표현은 없었으며, 다만 NLL 외에 해석에 따라 논란이 될 부분들은 있었다.
 
4페이지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 동안 외국 정상들과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이 부분을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자신이 북한을 위해 일해 온 사실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왔다.
 
하지만 국제 관계에서 북한의 비협조로 노 전 대통령 자신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푸념으로 들릴 수도 있다. 앞 뒤 문맥을 다 듣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36~37페이지에는 “작계 5029라는 것을 미측이 만들어 가지고 우리한테 가는데.. 그거 지금 못한다..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라는 내용이 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군사기밀까지 거론하며 작전계획 5029에서 미국 요구를 일정 부분 막아냈다’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자랑하듯 얘기했다”고 말했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전쟁 상황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그래서 개념계획이란 수준으로 타협을 해가지고 있는데 이제 그거 없어진 겁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그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굳혀나가는 것은 남북관계에 성과있는 진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라고 설명한 것으로 나와있다.
 
40~41페이지에는 “남측에서는 이걸(NLL)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혼동이라는 것을 풀어가면서 풀어야 되는 것인데…이 풀자는 의지를 군사회담 넣어 놓으니까 싸움질만 하고요”라는 발언이 있다.
 
발췌문을 먼저 열람했던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NLL 문제, 그것이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선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 문제라고 나오는데,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이야기해, 마치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기 위해 헌법 문제와 싸우겠다는 것처럼 설명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헌법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74페이지에 나온다.
이 페이지에서 노 전 대통령은 “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 지면, 그 부분은 다 좋아할 겁입니다. 또 뭐 시끄러우면 우리가 설명해서 평화문제와 경제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포괄적 해결을 일괄 타결하는 포괄적 해결 방식인데 얼마나 이게 좋은 것입니까? 나는 뭐 자신감을 갖습니다. 헌법문제라고 자꾸 나오고 있는데 헌법문제 절대 아닙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습니다”라며 평화협력지대를 위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로 말했다.
 
42페이지에는 “NLL말만 나오면 전부다 막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라는 부분도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바로 이어서 “NLL을 변경하는 데 있어 위원장과 내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발췌문에 적혀 있다고 주장했었지만, 실제 발췌문에는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적혀있다.
 
김 전 위원장이 “평화지대를 평화렵력지대로 하니까 서부지대인데, 서부지대는 바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 바다 문제까지 포함헤서 그카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 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예, 좋습니다”라고 하는 발언은 74페이지에 나온다.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김정일이 ‘그것을 위해 쌍방이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NLL 관련)법을 포기하자고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비슷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쌍방이’라는 단어의 위치가 변해, 마치 노 전 대통령이 존재하지도 않는 NLL관련 법을 포기한다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
 
85페이지에는 김 전 위원장이 “(평화협력지대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만든다는 데에서 아무도 없습니다. 반대를 하면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바보 되는 겁니다”라고 답하는 부분이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미국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자는 발언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9페이지에는 “기존 이종석이 보고 우리가 경수로 짓자.. 미국 제끼고.. 몇 번 말로 하니까 안된다 그래서 그럼 안되는 이유를 보고서로 글로 써내라… 분석 보고서를 써내라.. 한번 올라왔는데 뭐 좀 자세하지 않아서 한번 더 이거 이거 이거 다시 보고서를 내보라 지적해서 다시 보고서를 받았는데 할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서상기 의원이 지적했던 ‘보고’라는 발언도 있다.
 
42페이지에는 노 전 대통령이 “6자회담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보고를 했다는 뜻인지, 북측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
 
전문에서 앞뒤 문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또 같은 페이지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나는 지난 5년 동안 내내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6자 회담에서 북측 입장을 지지해 왔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은 사실로 확인됐다.
 
38페이지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인 BDA 계좌 동결에 대해 “BDA는 뭐.. 그건 미국의 실책입니다. 분명히 얘기를 하는데.. 실책인데.. 그러나 어쨌든 미국의 실책임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돈을 받으라 하니까 어느 은행도 안받겠다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미국 정책을 비판했다.
 
또 61페이지에서는 “큰 문제가 미국입니다.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 역사가 사실 세계, 세계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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