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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내내 침묵 최태원 "김원홍에게 사기 당해"
2013-07-22 19:45:30 2013-07-22 19:52:05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최재원 부회장(오른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이 항소심 재판 시작 이후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지난 4월 '펀드 출자금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송금(인출)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1심 진술을 전면으로 뒤집은 지 3개월여 만이다. 
 
최 회장은 횡령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베넥스 펀드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종용에 의해 자신의 주도로 만들었고, 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펀드 투자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22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실타래가 헝클어졌으니 원점에서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또 부적절한 펀드를 조성한데 대해 최 회장의 책임이 큰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선지출된 펀드 투자금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되는지 최 회장은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김 전 고문에 대한 형사고소와 투자금 반환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김 전 고문에게 투자한 뒤 회수하지 못한 돈이 6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도 직접 "김 전 고문이 주가·환율 등 경제분야에 정통해 신뢰했다"며 "믿기 어렵겠지만 김 전 고문에게 홀려 사기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1998년 손길승 전 부회장을 통해 김원홍씨를 소개받은 뒤 한 달에 한 두 번씩 김씨를 만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은 투자금을 받아갈 때마다 곧 원금과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매번 지키지 않았고, 지난해 6월 2일까지는 재판에 나와 모든걸 밝히고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것도 다 거짓이었다"며 "상당히 참담했다. 돌아보면 사기당한 것 외에는 남은게 없다. 제 스스로도 제가 사기 당한걸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 회장의 진술 내용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구심을 제기했고, 최 회장은 한숨을 깊이 쉬며 "안 믿겨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경험한 사실을 다르게 얘기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 측은 앞서 증거로 제출했던 녹취록에 대한 증거신청도 철회했다.
 
갑작스런 최 회장 측의 입장 변화는 양형사유를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판부는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양형에 참작하겠다"고 언급한바 있다.
 
또한 최 회장 측은 결심공판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변호인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공현 변호사로 전격 교체하기까지 했다. 지난 16일 처음으로 재판에 참여했던 이 변호사는 "인정할건 인정하고 철회할 것은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열릴 전망이다. 재판부는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구속기한을 고려해 오는 29일 결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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