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고공행진하는 美국채금리와 흔들리는 신흥국
2013-08-20 17:11:06 2013-08-20 17:14:29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3%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출구전략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을수록 국채금리 상승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며 특히, 신흥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QE축소 우려로 10년물 국채금리 3% '위협'
 
1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일대비0.05%포인트 급등한 2.88%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90%까지 상승해 3%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전인 2011년 7월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한 주 전 만해도 2.60%였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30bp(1bp=0.0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30년만기 국채금리도 0.05%포인트 오른 3.90%를 기록해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5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1.61%까지 치솟았다.
 
이날 채권 금리 추세를 가늠케 하는 미 국채 10년 물과 2년 물 간 수익률 차도 254bp로 201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그 만큼 변동성이 확대됐고 조정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해 연준 정책위원들이 하반기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 5월말부터 시작됐다.
 
특히, 최근 고용지표 호조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5%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음달부터 미 연준이 현재 매달 8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200억달러 정도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니 폴카리 오닐 증권 이사는 “언제가 되든 연준이 자산매입을 시작할 것이란 인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9월이든 10월이든 투자자들은 출구전략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금 이탈 가속화..신흥국 '직격탄'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자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채권 관련 정보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채권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0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 6월 691억달러가 유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데 이어 팔자세가 지속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94년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인상으로 채권 매물이 쏟아졌었다"며 "현재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신흥국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자산매입 축소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자산가격 급락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는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출렁거리자 금융위기에 직면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달러·루피 환율은 전일대비 2.18% 오른 63.855루피를 기록했다. 직전 사상최고치였던 62.495를 하루 만에 또 갈아치운 것으로 그 만큼 루피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얘기다.
 
루피화는 올 들어 12%넘게 하락, 신흥국 통화 중 가장 가파른 평가 절하를 겪었다. 인도 증시 역시 지난달에만 10% 추락한 데 이어 16일과 19일에도 4%, 1.6% 하락했다. 
 
가우탐 트라베디 렐리게어캐피털마켓 증권부문 대표는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에 따른 채권금리 급등과 인도 경제성장 둔화 우려까지 금융시장을 둘러싼 전망이 밝지 않다"며 "루피화 평가 절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FOMC회의록·잭슨홀 미팅 '주목'
 
월가 전문가들은 오는 21일 공개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준 출구전략과 관련 시기와 규모의 단서가 확인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퀸시 프로스비 푸르덴셜금융 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향후 채권시장이 어디로 흘러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지표보다 연준 의사록에서 통화정책의 방향과 관련된 어떤 힌트가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이는 캔자스씨티 연방준비은행의 연례 컨퍼런스 '잭슨홀' 미팅도 주목할 변수로 꼽힌다. 올해는 버냉키 의장이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연준의 행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수 있고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힌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버냉키 연준 의장 후임으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지명될 경우 채권시장 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지 곤캘브스 노무라증권 금리전략가는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 성향의 인물 서머스 전 장관이 연준 의장이 되면 제로 금리 정책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며 “서머스가 연준 의장이 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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