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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시리아 불안 고조..국제 금융시장 '흔들'
2013-08-28 15:55:10 2013-08-28 18:22:0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시리아 내전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학 무기 사용 혐의를 받고 있는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리아와 러시아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투자자들이 동요한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지면서 미국, 유럽, 신흥국 등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쳤고 신흥국 자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된 가운데 선진국 국채와 금 매수세 경향이 짙어졌다.
 
◇美, 시리아 공습 초읽기..시리아, 방어의지 '불사' 
 
27일(현지시간)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명령만 내리면 즉각 시리아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어떠한 군사 옵션을 채택하더라도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군사력과 자원을 이미 배치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시리아 연안 지중해에 구축함 4대를 배치해놓고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순항 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로 언제든지 시리아를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이번 주말 시리아 일부 군사 시설 지역에 48시간 동안 크루즈 미사일(순항 미사일)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안에 공격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정부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방어하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방국들도 미국과 뜻을 함께했다.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세력을 상대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국제사회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우방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공습 의지에 반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3차 세계전쟁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여태껏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단 한 건도 내놓지 못했다며 미국의 군사개입은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글로벌 증시 ‘뚝’ 선진국 채권·금 '인기'..위험회피 심리 ‘확산’
 
시리안 내전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전 세계 주요 증시를 포괄하는 MSCI 세계지수(All Country World Index)는 1.4% 하락했고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 지수는 1.6% 내렸다. 두 지수 모두 2개월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이다.
 
◇27일 S&P 500 지수 <자료제공=CNNMoney>
범 유럽권 지수인 STOXX유럽600 지수도 1.8%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신흥국 증시 역시 하락 폭을 키웠다. 같은 날 MSCI신흥시장(Emerging Markets)지수는 1.7% 하락하면서 지난달 3일 이후 종가 기준 최저점을 찍었다.
 
국가별로는 필리핀 증시가 4% 넘게 폭락하면서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인도의 센섹스지수는 3.2%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수는 3.7% 떨어졌고 두바이 증시는 7%나 곤두박질쳤다.
 
미국과 중국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6분기 연속 경기침체를 마치고 호전되기 시작한 유럽 덕분에 그간 글로벌 증시에 자금이 몰렸으나 시리아 사태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다.
 
앤드류 윌킨슨 밀러태벅앤코 수석 경제전략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시리아 사태 불안감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팀 호일 하버포드 리서치이사는 "중동에서 발생한 어떠한 불확실성이나 분쟁은 유가와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자 전 세계 주식시장의 공포 정도를 보여주는 변동성(VIX)지수는 12.3% 오른 16.84를 기록했다. 올 들어 최대 상승 폭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시장이 급변하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과 선진국 국채 등으로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마켓워치는 엔화가 주요 31개국 통화대비 강세를 나타냈고 미국·독일·영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달러 대비 엔화는 전일 대비 1.5% 하락한 달러당 97.09엔를 기록했고 유로대비 엔화는 1.3% 내려간 130.01엔으로 집계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07% 내려간 2.72%를, 30년물도 0.07% 하락한 3.70%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0.05% 하락한 1.85%로 집계됐다. 국채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반대로 신흥국 시장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하면서 인도의 루피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태국의 바트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당 인도 루피 가치는 사상최저 수준인 66.190루피로 전날 대비 2.9% 하락했고, 터키 리라 가치도 달러 대비 2.2% 급락한 2.0398리라로 1981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달러당 루피아화 가치는 전날 대비 2.9% 떨어진 66.190루피아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란세스크 발셀스 핌코 신흥국 채권 펀드매니저는 "시리아 사태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예감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신흥국들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며 "리라화 가치 하락에 일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확산되면서 금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다.
 
◇금 가격 추이 <자료제공=CNNMoney>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일 대비 27.10달러(1.9%) 상승한 온스당 1420.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지난 6월 온스당 1179.40달러까지 하락하면서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으나 이후 20%나 반등했다.
 
마이크 메이어 에버뱅크월드마켓 부대표는 "보통 국제 정세가 악화되면 금 수요가 늘어난다"라며 "이집트 사태가 벌어졌을 때와 같이 시리아 정국불안이 이어지자 금값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도 18개월래 최고치로 껑충 뛰었다. 시라아 사태가 주변 산유국들로 확대되면 원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35%를 담당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일 대비 3.09달러(2.9%) 오른 배럴당 109.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향후 금융시장..시리아 정국 불안에 변동성 '확대'
 
전문가들은 시리아 사태가 일단락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불안감이 완화될 때까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크 조르겐프라이 워델앤드어소시에이츠 부대표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빅이슈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산유국 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크 리치 조지워싱턴대 중동전문 교수는 "일단 며칠간 공습이 시작되면 시리아 내전은 끝나기 보다 더욱 장기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리아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국과 주요국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세계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빌 스톤 PNC어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번 사태가 전 지역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유가가 상승하며 소비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양적완화 우려가 완화되는 가운데 시리아 사태가 수습되면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크레이그 존슨 파이퍼 제프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더 짙어졌다"며 "최근 증시 약세는 필요한 조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이며 뉴욕증시는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루이스 오가네스 JP모건체이스 중남미 수석 경제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에서) 좋은 시절이 지나간 것은 사실이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얼마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JP모건체이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나 주식 투자를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루이스 오가네스는 "더 세밀한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자자들은 각국 경제 기초여건을 확인해 승자와 패자를 가리려는 노력이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참가자들은 투자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제조업, 소비재, 금융업의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또 오가네스는 S&P 500지수가 연말에 1850까지 오를 것이라는 종전의 전망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보다 13%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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