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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포항에 2-0 승..'독수리', '황새'에 웃다
2013-09-11 22:27:37 2013-09-11 22:31:15
◇지난해 열린 공동미디어데이에 함께 참석한 포항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왼쪽)과 FC서울 최용수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 부재가 대두된 가운데 '진짜 원톱' 출신 감독들이 K리그에서 맞붙었다.
 
4위 FC서울과 1위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는 서울이 후반에만 2골을 넣으며 2-0으로 이겼다. 몰리나와 고명진이 1골씩 터트렸다.
 
서울은 이날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하며 3위에 올랐다. 이로써 스플릿 그룹A의 승점차는 1위 포항(52점), 2위 울산(51점), 3위 서울(50점)로 더욱 빡빡해졌다.
 
국내 최정상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던 최용수 FC서울 감독과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주목을 모았다. 현역시절 '독수리'와 '황새'로 불리며 최고의 골잡이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 감독들의 대결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서울과 포항은 K리그에서 가장 세련되고 세밀한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풍성한 경기가 기대됐다.
 
◇경기 전부터 예고한 '맞불작전'
 
"처음 나오는 11명이 가짜일 수 있다. 상대는 조찬호와 김은중 등을 감췄다. 우리도 일부 선수를 감췄다. 초반에 마구 공격적으로 나갈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성격상 두드려 맞더라도 들어간다. 도전자는 잃을 게 없다. 우리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최용수 감독
 
"우리는 난타전이 불리하다. 1골 싸움을 하고 싶다. 최 감독도 초반에는 안정적으로 나올 것이다. 그런데 골이 터져 균형이 깨지면 망하든 흥하든 화끈한 경기를 할 것이다. 나와 최 감독의 성격상 불이 붙을 것이다. FA컵이 있지만 지금 그거 생각할 입장도 아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 쥐어짜낼 것이다." 
-황선홍 감독
 
서울은 포항에 화끈한 도전장을 던졌다. 최용수 감독의 선전포고는 단호했다. 황선홍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실제 이날 경기전까지 두 감독의 맞대결 전적은 통산 3승2무3패로 팽팽했다.
 
두 감독은 "성격상 불붙는 경기가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따로 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하며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감독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자신들의 경기를 펼쳤다. 경기 전날 전화 통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리블 돌파하는 FC서울 고명진. (사진제공=FC서울)
 
◇중원 탐색전 펼치다 결국 "공격 앞으로"
 
서울은 데얀을 주축으로 몰리나와 윤일록이 공격 선봉에 나섰다. 최용수 감독은 "윤일록이 컨디션에 문제 없다고 했다"며 대표팀에서 전날 복귀한 그의 체력을 걱정하지 않았다.
 
포항은 노병준과 김승대를 선발로 전방에 배치했다. 황선홍 감독은 "골 넣은 선수는 계속 출장시킨다"며 노병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예상대로 수 싸움은 치열했다. 경기 초반 두 팀의 힘 싸움이 그라운드를 달궜다. 두 팀은 K리그에서 그 어떤 팀 보다 세밀한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미드필더를 거쳐가려는 전술 싸움이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선수들은 중앙선 주위에 촘촘히 자리 잡았다.
 
전반 두 팀은 몇 차례 기회를 잡았으나 골망을 가르지는 못했다. 서울은 데얀을 축으로 고요한과 몰리나의 돌파를 앞세워 포항 수비를 벗겨냈다. 포항은 '스틸타카'로 불리는 특유의 짧은 패스로 속도감 있게 골문을 노렸다.
 
후반에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두 팀의 쟁탈전은 치열했다. 최용수 감독은 하대성의 공격 가담을 늘렸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후반 8분 김태수를 빼고 이명주를 넣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기다리던 골은 후반 23분 몰리나가 터트렸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이뤄졌다. 고요한이 데얀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았고 골문 앞에 있는 몰리나에게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다.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의 빈 공간으로 공은 흘렀고 몰리나는 빈 골대에 그대로 밀어넣었다.
 
득점 이후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을 빼고 한태유를 넣었다. 팀에 안정감을 더하며 미드필더에 집중적으로 힘을 실었다. 황선홍 감독 또한 공격수 조찬호를 넣으며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가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최용수 감독은 맞불작전을 가동했다. 최 감독은 후반 35분 윤일록을 빼고 에스쿠데로를 넣으며 더욱 골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결국 후반 43분 고명진이 데얀과 2대1 패스에 이은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서울은 이날 2골을 뽑아냈다.
 
◇시즌 막판까지 아무도 모른다
 
경기 직후 두 감독은 스플릿 라운드 끝까지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어느 한 팀 쉽지 않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지난 패배의 빚을 되돌려 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지금 스플릿 그룹A에 만만한 상대가 없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반 한태유 투입에 대해서는 "지난 포항전에서 선수 기용 실수를 했는데 그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단호히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 얼굴에는 아쉬움은 묻어났지만 변명은 없었다. 그는 "이명주를 후반 승부수로 띄웠는데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며 "다만 첫 골을 내준 게 어려운 경기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황 감독은 경기 전부터 후반 이명주 투입과 역습으로 상대 허점을 노렸음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시즌 막판에 가야 (순위) 윤곽이 나올 것 같은데 패한 걸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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