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벗어도 복귀 안해"..채동욱 총장 퇴진 압박에 '무릎'
2013-09-17 09:00:00 2013-09-17 23:13:3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혼외자' 의혹과 관련, 정국의 소용돌이 핵심에 서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의혹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총장으로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채 총장은 16일 검찰 관계자를 통해 "사표가 수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채 총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향후 법무부 진상조사 및 감찰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채 총장은 지난 13일 조선일보측을 상대로 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황교안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을 통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감찰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의혹의 진위를 본인이 나서 적극 규명하겠다며 소송도 불사했지만 황 장관이 이를 신뢰하지 않고 감찰로서 개입하자 검찰을 떠나기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황 장관의 감찰지시가 있기 바로 전날까지 가까운 지인들에게 "억울하다"는 입장과 "반드시 진위를 규명하겠다"며 각오를 다져왔다고 검찰 출신의 한 인사는 전했다.
 
결국 조선일보측의 의혹제기 보다 황 장관의 감찰지시로 채 총장이 검찰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셈이다.
 
채 총장은 억울하다는 점과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원한다면 언제든 떠나겠다"는 입장 역시 이번사태의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여러 측근들은 전했다.
 
조선일보의 의혹보도가 나온 후 여러 배경이 제기되면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이 채 총장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채 총장과 가까이 근무하는 대검의 한 간부는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후가 누구인지는 그 다음 문제"라면서도 "다른 가능성은 몰라도 VIP(박 대통령)로부터 검찰과 채 총장이 신임을 잃었다는 추측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채 총장이 검찰총수로서 개인 자격으로 법정투쟁을 각오한 것도 박 대통령에 대한 이같은 믿음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전개되면서 채 총장은 박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분명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발발한 이후 채 총장은 여러 루트로 사퇴를 종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한 곳이 법무부다.
 
법무부는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4일 "사퇴를 종용한 일이 전혀 없다"면서 "그 동안 먼저 검찰로 하여금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으로 신속히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법무부는 16일 재차 "사퇴를 종용한 일이 전혀 없다"면서 "장관이 이번 일과 관련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 검찰총장과 만나고 전화한 일은 있으나, 사퇴 이야기를 한 일이 없고, 자체적으로 철저히 진상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채 총장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않았으나 청와대를 비롯한 모처로부터 채 총장의 선배나 전직 검찰총장 등에게 채 총장이 퇴진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들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전두환 노태우 미납추징금 환수나 원전비리 척결 등 성과를 내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채 총장이었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이 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쐐기를 박은 것은 지난 15일 청와대측의 '사표수리 보류' 발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고위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청와대가 반려하는 경우는 그 인사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청와대의 '사표수리 보류'는 채 총장으로 하여금 총장직을 유지시킴으로써 법무부의 감찰을 받게 하겠다는 신호였다.
 
박 대통령은 16일 열린 새누리당, 민주당과의 3자 회담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채 총장 사퇴 청와대 배후설' 의혹을 제기하자 이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황 장관의 감찰지시에 대해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채 총장은 의혹이 있으면 사표 대신 의혹 해소에 협력했어야 한다"면서도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사표는 수리하지 않겠다"고 말해 채 총장에 대한 황 장관의 감찰 결과를 끝까지 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청와대의 '사표수리 보류'는 13일부터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이어지던 평검사들의 '감찰 반대 성명발표 릴레이'를 잠재운 부수적 효과도 냈다.
 
법무부는 현재 '진상조사' 단계에서 채 총장 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곧 본격적인 감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인 동시에 국가적인 관심사로 이번 사건이 대두된 만큼 법무부의 감찰은 수사에 준하는 강도 높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감찰 결과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 보도가 오보로 판명되고 의혹을 벗더라도 채 총장으로서는 여러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로서도 여당 등에서 국정원 수사에 대한 여러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의혹' 수준에서 총수가 감찰을 받고 사퇴한 일련의 과정에서 '독립성'에 심대한 내상을 입게 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사표수리 보류'라는 한수가 '채 총장 찍어내기 배후설' 등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채 총장을 퇴진시키게 된 셈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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