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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변호인의 '지나친 의뢰인 사랑'
기자들 따돌리려 취재진 앞에 대신 나타나..그 사이 이 전 회장은 법정 출석
2014-01-17 14:55:28 2014-01-17 16:25:01
[뉴스토마토 전재욱 최기철 기자] 이석채 전 KT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동명 변호사(57)가 영장실질심사시 이 전 회장을 위해 취재진을 따돌리면서 '의뢰인 사랑'이 지나치다는 빈축을 샀다.
 
이 전 회장이 하루 늦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지난 15일 오전 9시쯤 취재진들은 영장출석 예정 몇시간 전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2층 뒤쪽 현관에 포토라인을 만들고 빽빽이 모여 있었다.
 
전 정부 세력가로 굴지의 공기업 대표가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대형사건이기도 했지만 법원이 통보한 영장실질심사일에 나오지 않고 잠적했다가 뒤늦게 자진출석 형식으로 나온 탓에 언론의 관심은 더 집중됐다.
 
이날 9시45~50분 이 전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동명 변호사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긴장감이 최고조된 가운데 수십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취재기자들이 달려 나가 질문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나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 전 회장이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이 전 회장과 이 변호사의 얼굴을 모르는 기자들은 없었다.
 
이 변호사는 법정으로 향하는 검색대를 거쳐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검색대를 빠져나온 뒤 서관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내 들어왔던 길로 다시 법원을 빠져나갔다.
 
그무렵 이 전 회장은 혼자 종합청사 서관 1층 현관으로 유유히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나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여러 곳이지만 주요 인물들이 통상 출입하는 곳은 청사 2층 뒤쪽 현관이다.
 
물론, 법이나 법원 내규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관 1층은 수많은 민원인들이 출입하기 때문에 법원 업무나 민원인들의 불편을 피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주요 인사들은 청사 뒤편으로 출입했다.
 
공인 위치의 피의자와 피고, 피고인들도 대부분 좋든 싫든 이런 관행에 협조해왔다. 물론 담당 변호사들도 의뢰인과 함께 들어왔다.
 
이날 해프닝은 취재진의 눈을 피하고 싶은 이 전 회장에게 이 변호사가 충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부지법원장으로 퇴임한 이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는 등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상당기간 근무해서 이곳 사정을 잘 안다. 당일 이러한 행동을 두고 “법원장까지 하신 분이 뭐하시는 거냐”며 취재진들이 웅성거리기도 했다.
 
당일 구속될지도 모르는 의뢰인과 변호인이 함께 방어방안을 세우면서 함께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비슷한 시간에 서로 다른 출입구로 따로 들어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변호사의 지나친 ‘의뢰인 사랑’은 2012년 터진 '내곡동 사건'에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변호하고 있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이광범 특검'은 시형씨를 한 차례 조사한 뒤 재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 변호사가 직접 나섰다.
 
이 변호사는 그해 10월29일 오후 3시쯤 특검사무실을 방문해 '지난 14시간에 걸친 소환조사에서 할 말을 다했고, 번복할 진술도 없으므로 시형씨에 대한 재소환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수사내용이 지나치게 누설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수사내용의 누설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하는 한편 '청와대 직원들이 참고인으로 지나치게 소환되고 있으므로 과도한 참고인 소환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장 외압에 따른 수사방해 논란이 터져나왔다.
 
특검은 "시형씨를 재소환할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고, 수사내용도 누설한 바가 없다"며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적절하게 참고인들을 소환할 것이고 그 소환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불쾌해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의 이 같은 '의뢰인 사랑'에 대해 "의뢰인을 위하고 그를 위해 방어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권한"이라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고위 법관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법원 출석이야 자유로운 것이지만, 비슷한 시간에 의뢰인 대신 자신이 취재진 앞에 나타난 것은 여러 오해를 일으킬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잇따라 변호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내곡동 사건'에서는 시형씨를 변호한 데 이어 이 전 회장과 함께 대선개입과 개인비리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도 맡고 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 16일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차에 올라 귀가하기 전 생각에 잠겨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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