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삼성·LG '물' 만난 냉장고...에너지효율은 '글쎄'
2014-01-21 14:53:28 2014-01-21 14:57:3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냉장고 용량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물'을 접목한 냉장고로 맞붙었다. 삼성전자는 스파클링워터(탄산수)를, LG전자는 정수기를 도입하며 냉장고 개념을 한차원 진화시켰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동시에 의혹 어린 시선과 함께 우려도 제기됐다. LG전자의 경우 코웨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정수기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터라 이참에 시장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또 에너지효율을 중시하는 최근의 시장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판매고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그간 양사가 에너지효율을 강조하며 고효율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은 터라 아쉬움은 컸다. 컨버전스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에너지효율이라는 체감적 측면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냉동·냉장에 정수기·탄산수까지..냉장고도 융복합
 
포문은 LG전자가 열었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한 '디오스 정수기냉장고'는 양문형 냉장고에 정수기를 통째로 집어 넣었다. 단계별로 안심필터를 채택해 깨끗한 정수가 가능하며,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저수 탱크를 적용했다.
  
정수기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헬스케어 매니저가 두 달에 한 번 가정을 방문해 정수기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도 지원한다. 단 매달 1만8900원씩 추가로 관리 비용이 든다는 점은 부담이다. 관리 비용을 내면 저수조뿐 아니라 유로, 코크 등을 전기분해 살균수로 살균해 준다. 정수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렌탈 개념을 도입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한 달 직후인 지난해 10월 정수된 물과 얼음은 물론 스파클링 워터까지 마실 수 있는 '지펠 스파클링 냉장고'를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해 4월 북미에서 먼저 출시되며 호응을 얻은 터라 자신감을 얻었다. 소화 촉진, 얼굴각질 제거, 식재료의 냄새제거 등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탄산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버트만 누르면 정수된 물을 탄산수로 바꿔준다. 탄산가스 실린더를 냉장고 안에 설치했으며, 취향에 따라 탄산 농도를 연한맛·중간맛·강한맛 등 세 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 탄산가스 실린더 1개 교체 시 2만4000원만 지불하면 330㎖ 기준으로 최대 224병 분량의 스파클링 워터를 제조할 수 있다. 추가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왼쪽부터)삼성전자의 스파클링 냉장고와 LG전자의 정수기 냉장고(사진=각사)
  
◇융합 성공한 프리미엄 냉장고, 에너지효율은 '과제'
 
냉장고 한 대로 두 가지 기능을 충족하면서 공간 효율도 높였지만 양사 모두 에너지효율이 낮다는 단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본적인 냉동·냉장 기능을 갖춘 냉장고에 새로운 가전제품을 결합하다 보니 일반 냉장고만큼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어려웠던 것.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에너지소비 효율등급은 각각 3등급·4등급이다. LG 정수기 냉장고는 월간 소비전력량이 38.6Kwh다. 1년으로 치면 7만4000원의 전기료가 든다. 삼성 스파클링 냉장고의 월간 소비전력은 39.9Kwh로, 연간 전기료는 7만7000원으로 LG전자보다 높다.
 
에너지소비 효율등급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가전제품에 대해 에너지 소비효율과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1~5 등급으로 나눠 표시한다. 1등급에 가까운 제품일수록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다. 등급 간 효율 차이는 약 5~7% 수준이다. 1등급 제품을 사용하면 5등급 제품 대비 약 30~4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냉장고는 1년 내내 코드를 꽂아 놓고 사용하는 데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냉기를 보충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큰 제품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정수기냉장고의 에너지소비 효율이 일반 대형 냉장고보다 낮지만 정수기와 냉장고를 모두 설치했을 때와 비교하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정수기 냉장고 구입비는 일반 정수기 렌탈비를 고려할 때 14%, 전기료는 정수기와 냉장고를 따로 돌릴 때보다 약 19%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파클링냉장고가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일반 냉장고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고급기능을 넣은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에너지와 기능을 교환하기도 한다"면서 "4등급이라 해도 연간 전기료 차이는 미미하다"고 항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구조의 냉장고에 비해 단열 구조가 복잡한 것과 관련 있다"며 "단순한 냉동·냉장 위주의 제품은 고효율이 많지만 여기에 제빙 등의 부과기능을 넣었기 때문에 효율 면에서는 낮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프리미엄 냉장고 대결..끝나지 않았다
 
양사 제품 모두 프리미엄 냉장고이기 때문에 일반 냉장고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LG 정수기 냉장고는 855ℓ 대용량으로, 가격은 출고가 기준으로 340~400만원이다. 정수기와 냉장고를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는 데다 정수기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주방 공간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대용량 일반 냉장고가 200~300만원이고, 정수기가 1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했을 때 가격면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의 스파클링 냉장고의 용량은 790ℓ, 가격은 443만원이다. LG 제품에 비해 용량이 작은 반면 가격은 좀 더 고가다. 스파클링 냉장고에 탑재된 소다스트림의 탄산수 제조기 가격이 19~69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가격 포지셔닝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제품군과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가격면에서도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스파클링 냉장고 가격대가 다른 제품에 비해 비싼 것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둘러싼 양사 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