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號출범)②떠나는 버냉키와 연준 의사봉 잡은 옐런
옐런, 버냉키와 같은 '비둘기파'지만 더 '공격적'
'통화정책 투명성 강화'·'버블 예방'이 양대 과제
2014-02-03 10:00:02 2014-02-03 10:00:02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그는 시장을 안정시켰고 투자자와 대중의 신뢰를 상당 부분 회복시켰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을 끝으로 8년간의 임기를 마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전 의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전대미문의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이제는 미국 경제를 금융위기에서 건져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넷 옐런 신임 연준 의장은 버냉키 의장과 닮은 구석이 많은 인물로 평가된다. 2인자의 위치에서 연준을 끌어오며 대외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많지 않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의 든든한 조력자였다는 것이 월가의 설명이다.
 
◇굿바이 버냉키..'美경제의 구원투수 vs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죄'
 
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상초유의 돈풀기 정책인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과 월가에서는 버냉키를 '헬리콥터 벤'이라 불렀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처럼 미국 전역에 돈을 뿌린다는 조소가 담겨있는 별명이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사진=로이터통신)
버냉키 전 의장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리고 있다.
 
제로금리와 대규모 채권매입 정책으로 미국을 제2의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은 버냉키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실제로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다우존스지수는 2009년 저점대비 두배 이상, 나스닥은 세배나 상승할 수 있었다.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을 통해 연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대규모 통화 완화정책을 수행한 것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빌 해크니 애틀랜타캐피털 수석 파트너는 "3~4년 전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버냉키와 연준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자 버냉키가 맞았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버냉키가 미국의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연준의 제로금리 기조 하에서 상위 1%의 자산가들만 주식투자로 막대한 돈을 벌었고, 그가 푼 돈이 결국 월가 은행들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버냉키에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원죄도 있다.
 
로이터통신 칼럼니스트인 휴고 딕슨은 "2007년 중반 서브프라임 버블이 터지기 시작할 때 버냉키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며 "오히려 기준금리를 내리는가 하면 금융회사들에 자본과 유동성을 확충할 것을 충분히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딕슨은 "버냉키의 유산은 마이너스와 플러스 모두로 정리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조금이나마 더 우세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옐런, 버냉키와 같은 '비둘기파'..물가안정보다는 고용회복이 우선
 
자넷 옐런 신임 연준 의장은 2010년부터 연준 부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막후에서 지원해온 인물이다. 물가안정보다는 고용창출을 강조해온 대표적인 비둘기파 인사로 분류된다.
 
◇자넷 옐런 신임 연준 의장(사진=로이터통신)
의장직 승인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강력한 경기회복을 추진하기 위해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맡은 책무"라고 말할 정도로 경기부양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당시 "정책금리가 제로인 상태인데다 통화정책의 가용수단이 제한적인데 경기 회복세를 취약한 상태"라며 "부양책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NY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슈와겔도 "옐런은 버냉키처럼 지표에 의해 통화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하지만 지표가 어느 수준을 나타내야 고용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수준인지 판단할지 여부는 아직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과거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옐런과 버냉키의 정책적 차이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앨런 시나이 디시즌이코너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취임후 첫해 정도 까지는 옐런은 버냉키의 견본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버냉키보다 '더' 비둘기..시장 리스크에도 큰 관심
 
옐런은 버냉키와 같은 비둘기파긴 하지만 통화완화정책 등 경기부양책 시행에 있어서는 더 공격적인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옐런의 정책 성향을 ▲경기부양을 위한 공격적인 새로운 정책 선호 ▲과도한 물가상승 우려 ▲정확한 예측력 ▲규제 옹호 ▲투명한 소통주의 5개로 요약하기도 했다.
 
옐런은 과거에도 "장기 실업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삶을 파괴시킨다"며 연준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실업문제 해결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버냉키보다 크다는 점도 구별된다. 루 크란델 링스턴ICAP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 측면에서는 옐런이 버냉키보다 매파적이라며 매파 연준 이사들의 의견을 잘 헤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도 버냉키 전 의장과 구분되는 측면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연준의 자산매입규모 축소(테이퍼링) 이후 신흥국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테이퍼링을 결정했다. 지난해 5월 테이퍼링 시사 발언으로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가 고개를 들었을 때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불필요한 변동성을 줄이기를 원한다"며 "시장과 더 명확히 소통하기 위해 두배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테판 세체티 전 국제결제은행 경제고문은 "옐런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는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리스크를 만들지 않으면서 통화정책을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의 투명성 강화'·'버블 예방' 두마리 토끼 잡을까 
 
시장이 옐런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통화정책의 투명성 및 소통능력 강화와 버블의 선제적 예방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옐런은 과거 "통화정책의 효과는 시장이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정책 메시지 전달의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버냉키 전 의장 시절부터 시작한 연준의 기자회견 등도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옐런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선제 안내(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가 좀 더 명확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전망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6.5%에 도달해도 당분간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이미 실업률이 6.7%까지 내려와있는 만큼 좀 더 명확한 지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버블 예방을 옐런이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히 쏠리고 있다.
 
버블 문제와 관련해서는 버냉키 전 의장과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옐런은 주택시장 버블을 선제적으로 경고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옐런 의장을 지명하면서 "옐런은 일찍이 주택시장 버블 문제를 경고한 바 있다"며 "옐런은 수정구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과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리하게 이해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옐런은 재임기간 동안 경제회복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자산버블을 꺼뜨려야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전임자 둘이 모두 실패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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