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스펙중심의 채용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기업이 스펙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인재들 또한 획일적인 스펙만을 좇는다는 비판도 있다.
얼핏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인재들보다는 기업과 사회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8일 뉴스토마토 주최로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미래인재 컴퍼런스 2014' 1세션 '인재채용의 문제점과 대안모색' 토론의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가 과연 스펙이 아닌 개성있는 인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모두가 획일적인 교육을 받았는데 갑자기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만약 혁신을 주도할 인재가 있다고 해도 기업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라며 기업과 사회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특히 사용자 중심으로 진행된 구글의 독특한 채용방식을 언급하며 "기업들은 고스펙을 보지 않는다, 창의적이면 좋겠고 남다른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젊은이들에게 주문하지만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을 채용해서 똑같은 직무 교육을 시키고 전임자가 했던대로 일하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채용시장에서 '을'에 해당되는 인재들의 변화를 기대하기에 앞서 기업과 사회시스템이 우선 변화를 해야만 스펙중심의 채용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도 "인재를 뽑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스펙을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회사 내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것"이라며 "전체적인 사회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우리 사회의 채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이 변하기 위해 사회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범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스펙을 제외하고 인성을 보고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만 비용과 관습의 문제가 남아있다"며 "합숙을 통해 오랜 시간 창의력과 인성을 보려면 1명을 뽑는데 1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채용 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스펙이 좋은 직원일 경우 '스펙이 좋은데도 문제가 있구나'라고 인식되지만, 스펙이 좋지 않을 경우 '왜 저사람을 뽑았느냐'로 인사담당에게 책임이 전가돼 관습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채용 시스템만 바꿔서는 스펙 위주의 사회가 변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재승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각박한 세상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혁신을 이룰 기업 문화가 조성됐는지 기업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젊은이들과 기업 모두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할 수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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