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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화물 통관제도 허점..해운사만 '동네북'
2014-02-22 11:00:00 2014-02-22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수입화물 통관제도의 허점으로 국내 선사들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수입화물 통관 시 선사가 발급한 화물인도지시서(D/O) 제출 없이 화물 반출이 가능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선사들이 보상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입화물에 대한 무단 반출사고다. 수입업자가 보세창고에 입고된 화물을 몰래 빼돌려 처분한 뒤 해외로 도피하는 범죄행위로써 피해규모가 엄청난데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해 동일수법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일 항로에 취항중인 국적선사 T사는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수입업체인 효산스틸에서 수입하는 콘크리트용 철근 3004톤(시가 20억원 상당)을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싣고 인천 내항 1부두로 수송, 하역업자인 청명의 보세창고로 입고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4월초 하역업자가 선사의 화물인도지시서 없이 수입업체인 효산스틸에 화물을 무단으로 반출했다.
 
이 화물은 입항 전 수입신고를 통해 통관이 완료된 후 반입된 내국 물품으로, 선사가 발급하는 화물인도지시서가 없이도 하역업자가 임의로 화물을 반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무단반출 한 것이다. 수입업체인 효산스틸 대표는 이 화물을 임의로 처분한 뒤 중국으로 도주했다.
 
이에 앞서 하역업자는 화물인도지시서 없이 화물을 무단 반출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수송선사인 T사에 제출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1월 물품대금 회수를 위해 철근 수출업체가 일본에 기항한 T사의 용선선박을 압류했다.
 
이에 T사는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을 법원에 신청했으나, 법원은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해 발생한 손해에 관한 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현행 상법에는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책임의 범위를 선적에서부터 화물을 수하주에게 인도하는 시점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선박소유자책임제한 범위는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된 사항으로 제한돼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운송물 인도책임 범위와 선박소유자책임제한 범위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원은 화주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운송인들에게 무한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상법 관련규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의 경우 화물 가액이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화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인천항에서 무단반출 돼 처분된 철재 피해금액은 250억원에 달할 정도로 무단반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에 발생한 PETACO 사건은 그 피해액이 수천억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PETACO 사건은 2003년 10월 불법으로 화물인도지시서 없이 화물을 인도받고 440억원 가량의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고 도산한 사건으로, 사주는 해외로 도피하고 수천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970년대 초반까지는 수입화물을 통관하려면 신고서류와 함께 선사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수출입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이 화물인도지시서 징구제도가 폐지됐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항만당국에 수입화물 무단반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하는 한편, 선주책임제한규정이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책임의 범위와 일치되도록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 한국해법학회, 한국해운물류학회 등 연구단체와 함께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화물 통관제도의 허점으로 국내 선사들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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