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취임 1개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09-03-08 18:1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박진형기자] 난파직전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난 3월, 바깥은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하나 경제경기는 아직 한 겨울이다.
 
윤 장관 취임 한 달의 성과와 향후 윤증현호의 정책 방향을 진단해봤다.

◇ 눈물과 소신의 데뷔전
 
지난 2월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증현 장관은 인상적으로 데뷔를 했다. 다른 청문회에서 볼 수 없었던 소신있는 의견발표와 가족에 대한 눈물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완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피력했고,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에서는 강하게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재정부에서 얻은 '따거(큰형님이란 중국식 발음)'란 별명의 면모를 보였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눈물을 보이면서 인간적인 면도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이야기 한 것은 신뢰였다. 청문회 내내 신뢰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 시장에 대한 신뢰, 그리고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 신뢰...솔직함
 
신뢰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윤증현 장관의 모습은 취임 첫날에서 나타났다.
 
취임 첫날(2월10일),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다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금년 성장률을 기존 3%에서 마이너스2%로 조정한 것을 비롯해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정책부분 이외에서도 현장방문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
 
취임 다음날인 2월 11일 새벽 경기도 성남의 인력시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살아야 하니까 단단한 각오로 참고 견뎌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국은행을 11년만에 직접 방문해 한은총재와 협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단순하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두 기관이 협력한다는 것을 넘어서 재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민간연구기관들에게는 지혜를 모아달라고 조언을 구했고, 경제 5단체장 간담회를 통해 재계와 소통하는 것을 약속했다.
 
3월 5일 외신기자클럽에 참석해 그동안 해외 언론들이 우리나라 경제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앞으로 외신과의 소통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 경제라인, 이구동성(異口同聲)
 
윤증현 장관 취임 후 경제라인은 구조조정, 일자리창출(잡셰어링), 민생안정의 세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윤 장관-윤진식 경제수석-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옛 재무부 출신들로 짜여진 라인업 덕분이라는 평이다.
 
윤장관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면 다른 기업들에게도 부담이 된다면서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도를 높였다.
 
일자리 나누기는 "외환위기당시 금모으기 운동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듯이 잡셰어링이 우리 시대 정신"이라며 강조하고, 공기업의 초임삭감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신용경색의 완화를 위해 신용보증의 확대와 대출만기 연장등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최소한 정책의 혼선은 없었다. 1기 강만수 경제팀과는 다른 모습이다.
 
◇ 경제지표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윤증현 장관의 성적표는 다음 달이나 돼야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경기지표의 변화를 보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25.6%나 감소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물가는 전달 보다 4.1%올랐다.
 
노동시장은 더욱 심각해서 취업자수는 신용카드 버블이 붕괴되었던 2003년9월(-18만9000명)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나타냈고, 2008년 4분기 명목임금은 -2.1%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고 외화유동성에 대한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윤 장관은 "단기외채 1500억달러가 다 빠져나가도 통화스와프도 있고 제2, 제3의 방어막이 있다. 외환위기때 외환보유고가 100억 달러도 안되던 것과는 다르다"라고 세간의 우려를 차단했지만 3월 위기설 등이 끊이없이 제기된다. 
 
◇ 추경으로 '파부침선(破釜沈船)?'
 
윤증현 장관의 가장 큰 원칙은 시장원리를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화유동성에 대해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외국자본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미래의 서비스산업 투자를 위한 정책을 준비했다.
 
이런 장기적 수단 외에 단기 승부수가 바로 추가경정예산이다.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배(재정적자)까지 가라 앉혔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인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3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3월의 실적에 따라 앞으로 경제위기 국면이 변화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의 모습이 항간에 떠도는 엘(L)자형이나 유(U)자형이 될 것인지, 윤 장관이 말하는 (V)자 가 될 것인지 3월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윤증현 장관의 취임 1개월은 짧고 강렬했다. 남은 기간동안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은 진짜 봄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낙관적이란 일부의 지적이 우려에 그치길 기대한다.
뉴스토마토 박진형 기자 pjin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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