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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보팅제 폐지 코앞인데 각계 입장차 '여전'
2014-09-24 18:00:25 2014-09-24 18:00:25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주주총회 불성립을 해결하고자 도입됐던 섀도우보팅제도가 오는 2015년 1월1일 폐지된다. 하지만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섀도우보팅제 폐지를 앞두고 기업·학계·입법당국 등의 입장차는 여전해 향후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회장 정구용)는 24일 코스닥협회(회장 정지완), 노철래 국회의원, 국회입법조사처 등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섀도우보팅제도는 지난 1991년 주주총회 불성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예탁결제원의 예탁주식에 대한 의결권대리행사제도다.
 
이 제도는 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주총 성립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주총이 형식화되고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오용된다는 문제점 등이 부각되면서 오는 2015년 1월1일자로 폐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기업 측은 섀도우보팅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복만 풍산(103140) 이사는 "섀도우보팅제도가 폐지 이유가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것이지만 정작 문제는 주주들의 기업 활동에 대한 무관심"이라며 "주주들이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 한 이상적인 결론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정부 당국이나 입법자들이 대주주는 규제해야 하는 대상이고 소액주주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며 제도 보단 주주와 시장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상백 대아티아이(045390) 부사장은 오랜 시간 유지한 정책을 단숨에 뒤집는 당국의 성급함을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섀도우보팅제 폐지로 인해 당장 많은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못해 대규모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것으로 염려된다"며 "정책당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년 이상을 유지해 온 정책을 갑작스레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1100여개 상장사들이 상장 때부터 섀도우보팅제도를 감안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꾸렸는데 한순간의 폐지는 기업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반대한 결과를 보더라도 답은 금방 나오는 것"이라며 "기업이 정책의 모순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부담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와 입법당국은 섀도우보팅제도가 폐지되는 이유를 되짚으며 소액주주들에 대한 기업의 노력과 배려를 촉구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 과정을 보면 소액주주를 염두한다기 보다는 대주주를 위한 것이라 소액주주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소액주주를 참여시킬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 서면투표제도, 위임장 등을 기업들이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법무부 상사법무관은 "전자투표제 경우 제도를 도입할 때 기업의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가능토록 했지만 기업들이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 유·불리가 불명확한 모든 주주들에게 투표권을 주길 꺼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법무관은 "주주총회에 참석하길 바라는 5~10% 소액주주만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몰아서 하는 슈퍼주총데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현 국회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코스닥시장 처럼 규모가 작을수록 소액주주들의 존재가 더 귀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존재가 소외받고 있다"며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섀도우보팅제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투자자 중 가장 힘이 세다는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아무리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도 결국은 기업 이사진의 뜻대로 간다"며 "주주와 기업 경영진 사이의 주인과 대리인 관계가 올바르게 서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설명회(IR)의 경우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겹치지 않게 날짜를 분산시키는 반면 주주총회는 몰아서 하는 등의 현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최 교수는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따라 많은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섀도우보팅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법 개정"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섀도우보팅제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보통·특별결의를 현재 발행주식·출석의결권 모두를 고려하는 것에서 출석의결권만을 반영한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의결권을 규제하는 것도 당장 폐지돼야 한다"며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도를 실시하는 회사에 대해선 섀도우보팅제도를 허용하거나 전자위임장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 주주권 행사방법을 다양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회장 정구용)는 24일 코스닥협호(회장 정지완), 노철래 국회의원, 국회입법조사처 등과 공동으로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한국상장회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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