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아파트 분양침체에 연관 산업도 '타격'
분양대행사 폐업, 분양상담사·도우미 이직 속출
2009-04-07 06:22:52 2009-04-07 06:22:52
아파트 분양을 대행하던 A분양대행사 김모(43) 대표는 최근 불황을 견디다 못해 수도권에 음식점 자리를 하나 물색중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분양 대행일이 끊기면서 회사 운영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7일 김 사장은 "지난해 시작한 지방 아파트 분양이 참패하면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어졌다"며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 다시 돌아오더라도 일단은 당장 현금이 나오는 요식업으로 전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금융위기 등으로 새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감하면서 연관 산업이 타격받고 있다.
 
한 때 분양시장의 '꽃'으로 불리던 분양 대행사는 일거리를 찾지 못해 폐업이 속출하고, 분양 상담사, 도우미, 떴다방들도 일자리가 없어 타 업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한해 이 분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구조조정되는 인력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분양대행사 '무덤이 따로 없다' = 지난 2000년대 초중반에 호황을 누렸던 분양대행사들은 요즘을 '최악의 불경기'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물량이 뚝 끊긴데다 분양을 해도 안팔리는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새로 분양한 아파트는 총 2만가구로 작년 동기대비 30%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건설사들이 경비 절감 차원에서 대행사를 쓰지 않고 자체인력으로 분양하거나 고용 인원을 최소화해 실제 체감 물량은 예년의 10%도 못된다고 분양회사들은 말한다.
 
이러한 불황이 지속되면서 서울에서 활동하던 100-150여곳의 크고 작은 대행사중 상당수가 폐업을 하거나 휴업 또는 전업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P대행사 관계자는 "분양 침체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회사를 유지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대행사는 10-20여곳에 불과할 것"이라며 "수입은 없는데 인건비만 축내다보니 사장 혼자서 명목만 유지하는 '1인 회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거리가 있는 분양대행사들도 고민이 많다. 분양을 하더라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는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일을 맡았다가 공급과잉과 금융위기 등으로 분양에 실패하면서 대행 수수료를 못받고 있는 회사가 적지 않다.
 
분양경력 11년째인 S분양대행사 대표는 "제아무리 분양 베테랑들이 모였다해도 경기침체로 쌓이는 미분양은 해결할 방법이 없더라"며 "분양가, 입지여건, 건설사의 자금사정 등을 따져보고 분양성이 있는 곳이 아니면 되도록 일을 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직이 큰 분양대행사 중에는 최근들어 아파트 입주관리, 수요 예측 마케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곳도 늘고 있다.
  
◇ 떴다방, 분양상담사, 도우미도 '수난시대' =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상담사(분양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전문 판매사)나 모델하우스 도우미들도 얇아진 지갑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과거 억대 연봉을 자랑하던 한 30대 중반의 분양상담사는 요즘 일거리가 줄어들자 유흥업소 영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가 하면 30대 초반의 한 분양상담사는 지난달 초 상담사 일을 접고 국내 자동차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분양침체가 계속되면서 분양상담사들의 수수료 지급 방식도 달라진 것도 특징이다.
 
과거에는 분양률에 따라 성공 보수를 받는 '인센티브제'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매월 300만-400만원씩 받는 '월급제'를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과거 수천만원대의 인센티브와 억대 연봉을 챙기던 고소득 분양상담사들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모델하우스 도우미들의 보수는 하향추세다. 한 때 14만-15만원, 지방의 경우 20만원까지도 치솟았던 도우미 일당은 최근 11만-12만원대로 떨어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우미중에는 일자리가 없다보니 안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일반 회사에 취직하거나 여러 일을 겸하는 '투잡, 쓰리잡족'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떴다방'의 몰락도 눈에 띈다. 과거 분양현장마다 파라솔을 치고 청약, 계약자들에게 투자를 유혹했던 떴다방들은 요즘은 웬만해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고객의 투자금을 받아 굴리던 일부 떴다방 중에는 분양시장이 침몰하면서 투자원금을 돌려주지 못해 소송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들의 고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N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파로 올해 신규 분양물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분양물량이 늘더라도 분양대행사 등의 수요가 많지 않은 신도시나 재개발, 재건축 일반분양에 한정돼 있어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