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산업 전망)격동의 전자·IT.."영원한 1등은 없다"
2014-12-29 11:00:00 2014-12-29 15:14:52
[뉴스토마토 김혜실·황민규·정기종기자] 어느 해보다 격동적이었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격언이 올 한 해 내내 전자·IT 업계를 관통했다. 안주는 곧 퇴보였고, 도전은 곧 추격이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지각 변동이 극심했다. 1등 삼성은 위기에 빠졌고, 원조 애플은 건재했으며, 후발주자이던 중국은 급부상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소비자들을 열광케 했던 혁신이 실종되면서 제조사 간 상향 평준화가 뚜렷해졌고, 이를 틈타 중국 업체들이 급부상했다.
 
반도체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랜 출혈경쟁 끝에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호황을 누렸다.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부진을 다소나마 씻었던 분야도, SK하이닉스가 그룹의 대들보로 자리한 근간도 결국은 반도체 시장의 재편이었다.
 
가전에서도 물고 물리는 흐름은 이어졌다. UHD와 OLED를 둘러싼 각축전이 계속된 가운데 스마트홈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TV 시장에서 고착화된 구도와는 달리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급박한 흐름이 전개됐다. 삼성과 LG가 세계 1위를 주창하며 역량을 집중시켜고, 제품 본질에 충실하던 유럽산 제조사들도 변화된 흐름을 수용했다.
 
새해에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각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아니며, 가전 시장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급급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나마 반도체가 위안이다.
 
◇스마트폰, 양강 구도 재편 움직임 가속화
 
올 한 해 모바일 산업은 프리미엄 시장의 급속한 성장 둔화와 함께 기술력 상향 평준화에 따른 혁신의 부재, 후발 업체들의 거센 공세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망도 우울하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15%로, 올해 성장률 26% 대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특징적인 점은 지난 2013년에 이어 올해까지 중국의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향후 2년은 인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과 저소득 국가 위주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를 넘어 초저가의 스마트폰이 대중화의 기치에 선다는 관측이다.
 
후발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구도 재편 움직임은 내년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고하게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삼성전자(005930)는 당면한 위기감에 조직 전체가 전략 수정에 처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대화면 신제품을 내놓으며 판매량 경신에 나선 가운데,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등 주변기기에 대한 라인업 확대를 통해 아이폰 판매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애플의 부상과 함께 샤오미, 레노보 쿨패드, 화웨이,ZTE 등 중국 스마트폰 빅5의 해외 진출도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기대해 볼 것은 웨어러블 시장 확대다. 웨어러블 시장은 스마트폰 성숙기의 마지막 먹거리로 평가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성장률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6.4%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 예상대로 스마트워치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IT 산업을 비롯해 헬스케어, 손목시계, 패션 산업 등 많은 연관 산업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애플워치의 출시를 기점으로 웨어러블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며 "애플의 공언대로 스위스 손목시계 회사들과 스마트폰 업체들 간 명암이 엇갈릴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왼쪽부터 샤오미 홍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애플 아이폰6.(사진=각 사)
 
◇반도체 시장, 완만한 성장세 예상..D램 승승장구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지난 2년간 모바일 시장을 이끈 주된 성장 동력이었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반도체 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오랜 지침 끝에 대호황을 맞은 반도체 시장의 경우 D램, 낸드플래시 용량 증가로 13~20%대의 고성장이 이뤄졌지만 내년부터는 D램, 낸드 가격 하락과 함께 성장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는 "2014년 이후 반도체 산업은 견조하기는 하지만 큰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며 2015년 성장률을 한 자릿수 후반으로 전망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들 역시 9~10%대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 최대 매출처인 D램의 경우 매년 가격이 30%씩 하락하는 주기를 나타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업체들이 공급량 조절에 나서면서 16% 수준의 하락폭이 예상된다.
 
모바일D램의 경우 마진이 높은 LPDDR4 판매가 확대되면서 용량과 매출 면에서는 큰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공급 과잉이 확실시된다. 우리투자증권은 내년도 낸드 시장에 대해 1.5%포인트 공급 과잉을 예상했다.
 
SSD와 3D 낸드 시장의 개화는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SSD의 경우 대다수 시장조사업체들이 내년도 30%대의 고성장을 전망하고 있으며, 용량 역시 기존 128GB에서 256GB로의 상향조정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가 모든 낸드 제품군에 3D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추후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의 가세로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IC인사이트는 "2015년은 약간의 성장 폭이 예상되며, 그 이후에는 6~7% 성장하는 완만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오는 2017년부터는 거시경제 전체에 걸쳐 침체가 우려되고 있어서 반도체 시장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전시장, 스마트홈 최대 화두로..차세대 TV 전쟁도 주목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5년도 세계 가전시장 1위라는 공통의 목표를 내세웠다. 전 세계 TV시장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 중인 양사에게 넘어야 할 벽은 생활가전 분야다. 
 
올 한해 가전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스마트홈'이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집안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 경쟁은 내년에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2015년 세계 가전시장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가전업계 스마트홈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사진=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펼쳐왔고, 한층 강화된 스마트홈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내년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여기에 제품 프리미엄화에만 주력하던 유럽 제조사들도 잇달아 스마트홈 경쟁에 뛰어들면서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가전 제조사들의 스마트홈 경쟁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전의 꽃으로 불리는 TV분야에서는 차세대 TV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성숙기를 거친 UHD TV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데 이어 삼성전자·LG전자를 주축으로 퀀텀닷으로 이어지는 TV분야 화질 전쟁을 이어간다.  
 
또 핵심 화두인 스마트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TV 플랫폼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과 LG전자의 '웹OS 2.0' 등 자체 OS를 탑재한 스마트TV가 CES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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