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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현장을 가다)성수동, 제2의 가로수길 될까?
수제화 거리 등 특화 사업 추진하지만 성과 미비
예술·문화 자생적 발전 조짐.."새 환경 지원해야"
2015-01-16 06:00:00 2015-01-16 06:00:00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은 피혁점, 철물점, 부자재점들로 꽉 차 있다. 길 입구에서 반대편을 보면 가게들이 지평선 끝까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게들이 많은 만큼 길은 복잡하다. 주차된 차들과 가게 앞에 놓여있는 짐들 때문에 길은 더 좁아진다. 그 사이로 짐을 나르는 차들과 승용차,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닌다. 보행자는 이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다녀야 한다.
 
화학 약품 냄새도 심하다. 성수동 준공업지역에 있는 공장들에서 나오는 냄새다. 성수동에서 일하는 강철현(가명)씨는 "가끔 맡으면 모르겠지만 매일 맡으면 머리가 아프다. 공장들이 영세해서 냄새를 적게 나도록 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성수동 연무장길에 피혁점, 철물점들이 줄지어 서있다. 가게들 앞에는 차들이 주차돼 있고 물건들을 내놓은 곳들도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수제화·가죽 중심에서 쇠퇴한 성수동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으로 공장들과 주거지역이 섞여있다. 예전에는 수제화, 의류·봉제, 인쇄 등 사업들이 번성했었다. 그러나 중국 등에서 저가 제품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주력 사업들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5년과 비교했을 때 사업체들 숫자는 50%로 줄었다.
 
주거 지역도 노후화 되기 시작했다. 현재 성수동 건물 중 20년 이상 된 낡은 건축물이 67.8%나 차지한다. 일자리가 줄고 주거 환경이 악화되면서 주민들도 줄고 있다. 주민숫자는 1985년에 비해 26% 감소했다.
 
성동구는 성수동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성수1가 1동·2동, 성수2가 1동·3동을 서울시 도시재생시범사업에 신청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산업과 생활환경을 재생하고, 주민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성동구는 "토착산업의 보호·육성을 통해 향후 100년 간 서울의 경제성장을 이끌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과 적었던 지역 특화사업 지원 
 
도시재생사업 전부터 성수동 지역 사업을 다시 활성화시키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시도가 성수도 '수제화 거리' 사업이다. 수제화 거리 사업은 지난해 박 시장이 직접 성수동을 찾아가 설명회를 할 만큼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1번 출구 앞에는 서울시가 상인들에게 싼 임대료로 빌려준 '프롬SS' 공동 매장이 있다. 또 그 맞은편에는 서울성동제화협회가 만든 'SSST' 매장이 있다. 다른 수제화 매장들은 성동구에 분산돼 있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추진했던 정책들의 실효성이 낮았다고 비판했다.
 
◇성수역 1번출구 '프롬SS' 앞에 세워진 고양이 동상(사진=뉴스토마토)
 
박동희 성동제화협회회장은 "지금 성수동은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 수제화 거리를 육성하고 성수동을 발전시키려면 관광객들이 오고 싶어하는 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성수동은 준공업 지역이라 전봇대 등이 길에 많이 설치돼 있다. 이런 시설들을 지하로 옮기면 거리가 훨씬 넓어지고 깔끔해진다. 공장과 가게들이 자연적으로 생기면서 간판들이 난립해 있다. 이런 간판들을 보기좋게 정리하면 거리가 보기 좋아진다.
 
피혁 등 특화된 가게들이 깨끗하게 단정해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고 차들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건설이 필요하다. 주차장이 없으면 관광객들이 성수동을 찾아 오기가 어렵다.
 
또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들이 가게 앞에 서있으면 관광객들이 가게를 구경하기 어렵다. 영세공장들에서 불쾌감을 주는 냄새와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시와 구청이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 회장은 성수동에 새로운 가게들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수동 서울숲 주변에는 젊은 감각의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을 오게 하려면 예쁜 공방 등이 많이 생겨야 한다. 또 이 가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 거리 가능성 보이는 성수동
 
서울숲 주변에는 싼 임대료 덕분에 시험적인 핸드 메이드 가게, 레스토랑, 까페 등이 생기고 있다. 이런 가게들이 모인 곳을 '성수동 아틀리에길'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 성수동 공장 지역에서 공장 건물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꾼 '대림창고', '베란다 인더스트럴'은 유명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다.
 
'베란다 인더스트럴'과 인접한 공장 건물에는 최근 디자인 협동조합 '보부상회'가 문을 열었다. 디자이너들이 공동으로 공장 건물을 대여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었다. 성수동에 가게를 낸 이유에 대해 황병준 협동조합 이사장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피혁, 부소재 등을 파는 곳이 가까워 작품을 만들기 편하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성수동에 '보부상회'와 비슷한 공방들이 늘어나면 기존 상점들의 매출도 좋아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새로운 공방들을 보러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하면 수제화 가게 등 다른 사업들도 활성화될 수 있다.
 
황 이사장은 시와 구청이 홍보를 도와줄 경우 새로 생기는 가게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플리마켓 등 행사를 열면 우리는 행사 준비에만 벅차서 전문적으로 홍보를 할 여력이 없다. 행사를 열어도 홍보가 안돼 손님이 없다면 이를 계속하기가 어려워진다. 시와 구청에서 홍보 업무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와 구청이 새로운 가게들과 지역 주민들의 교류도 도와줄 것을 건의했다. 황 이사장은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수업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데, 시와 구청이 수업비의 일부를 지원해주면 주민들의 수업 참여가 많아질 것이다. 이런 지원이 있으면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성수동에 자리 잡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수동 공장 건물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꾼 '베란다 인더스트럴'은 관광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상단) 그 옆 공장 건물에는 디자이너 협동조합 '보부상회'가 들어왔다.(중·하단)(사진=뉴스토마토)
 
◇지역 개발 방향 놓고 주민 의견차 심해
 
하지만 성수동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빈부 격차로 인한 주민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성수동 도시재생사업 지역 중간에는 유명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있다. 영세한 공장과 노후된 집들과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브랜드 아파트 주민들과 다른 주민들 사이에는 높은 벽이 세워져 있다. 주민인 한세현(가명)씨는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 사람들이 아파트 주변 공공 시설을 이용하는 것에도 불만을 가질 정도다"며 "지역을 살리자는 이야기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강과 접한 성수동 남쪽은 도시재생사업에서 제외됐다. 이 곳은 오세훈 전 시장 때 뉴타운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과 낮은 보상금, 높은 추가분담금 등으로 현재 뉴타운 개발은 멈춰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이 지역에서는 박 시장 때문에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주민들도 많다.
 
성동구는 도시재생사업에 비협조적인 주민들을 안고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수동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을 모으기 위한 대화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도시재생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계획이 나온 후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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