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국가재정)④11조 적자 해법은 '법인세'..정부 의지 관건
세출 구조조정 한계..중부담 '증세'가 대안
"정부 정무적 능력 발휘해 법인세 인상 가능"
2015-02-27 17:41:02 2015-02-27 17:41:04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의 11조원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증세 논의와 함께 증세없는 복지 논란까지 확산되면서 국가재정은 갈 길을 잃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거듭 하향 조정되고 정부는 없는 돈을 쥐어짜 더 많은 복지를 실현해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이 가운데 연구원과 학계 등을 중심으로 '중부담 중복지'로 공감대가 형성되며, 세출구조 조정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법인세 인상 등 다양한 세입구조 개편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7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정무 능력을 살려 법인세 인상을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세 인상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세수 결손 사태 해소에는 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반발 적은 세출구조 손질부터 가시화
 
정부는 국가재정 악화 해소와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국민적 반발이 적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부정수급 차단' 등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출구조 조정만으로는 복지 확대 요구와 맞물린 세수 결손 사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더라도 재정절감 효과는 연간 1조원에 불과하기 때문. 이는 지난해 세수 결손액의 11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는 사실상 1990년대부터 추진돼 온 '자영업자 과표양성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국내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당시부터 현재('08년도)까지 30%대에서 17.1%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18년 간 12.9% 줄어든 것. 이는 박 대통령이 남은 3년 임기 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반증한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해 근로소득자와의 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은 과세당국의 오랜 숙제이며 난제"라며 "구조적이고 역사적으로 고착화돼 있는 난제를 하루아침에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처음 '경제민주화' 공약대로 복지 정책을 집행하려면 5년간 최소 104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소요된다. 재정안정성을 이유로 65세 이상 노인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 주요 복지 공약이 이미 다수 파기됐지만, 복지 수요는 여전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정부는 이런 막대한 복지비용의 재원을 증세 없이 조달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증세 없는 복지는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현재와 같이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조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자료=통계청, 2014년 국세통계연보)
 
◇전문가들 "세율 영향 미치는 것 정부 정무적 행위"
 
현재 세계는 '세금 경쟁' 중이다. 각국이 투자를 유지·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낮추고 있는 것. 1979년부터 2005년까지 OECD 19개국의 법인세율은 평균 48.1%에서 31.4%로 낮아졌고, 이같은 추세는 계속돼 지난해 24.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옥스포대 마이클 드브뢰 교수 등은 지난해 말 '우리는 21세기에 적합한 법인세 시스템을 향해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펴낸 논문에서 "세금 경쟁이 세율을 낮추면서 (법인들을) 안도할 수 있게 했지만, 현실에서의 경제활동 무대는 여전히 왜곡돼 있고, 차익거래가 계속해 존재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국적 기업이 존재하는 현실에 맞는 안정적인 세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세재 개혁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공공선택론 분야 석학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원 아사 한슨 교수 등도 지난 1월 발간한 '정치적 프로세스가 법인세율에 미치는 중요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세계적 세금 경쟁 추세에도) 아일랜드 법인세율이 12.5%일 때, 네덜란드는 어떻게 25%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경제 여건만큼이나 각국의 세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앙행정기관의 정무 행위(political process)"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법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세제 시스템이 법인 친화적으로 바껴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국적 기업의 본사 이전이 일반 개인의 이주 보다 수월하고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간 최고세율이 다른 것은 나라별 차이가 있다"며 "한국은 그 격차가 16% 가량 벌어지는만큼 법인세 인상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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