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금융강좌)(19)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적정수준일까
정희섭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회김 차장..외환보유액 운용의 주요 이슈
2015-04-08 11:03:00 2015-04-08 11:03:11
<오늘날 금융경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습니다. 경제기사를 읽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진짜 필요한 실물 경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아 '몰라서' 당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는 금융경제라는 복잡하고 낯선 영역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20년 역사를 가진 한국은행 금요강좌가 있습니다. 통화정책, 경제전망, 금융안정 등 경제 및 금융 각 분야의 주제를 기본지식 뿐 아니라 관련정책까지 아우르는 깊이있는 교육인데요. 이 강좌는 400여석 강의 자리가 10분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참석하기 어려운 여러분들을 위해 경제기자가 직접 수업을 듣고, 생생한 강의 현장을 전달해드립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627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요. 외환보유액 중 유가증권이 3305억3000만달러로 전체의 91.1%를 차지하고 있네요. 외환보유액은 1990년대 발생한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축적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정희섭 한국은행 외자 운용원 운용기획팀 차장(사진)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 운용의 주요 이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한국, 외환보유액 전세계 7위 규모..3627.5억달러
 
IMF는 외환보유액을 ‘대외자산이 언제든 사용 가능해야 하고, 통화당국이 통제 가능해야 한다’고 정의합니다. 비거주자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언제든 매각이 가능해야 한다는 거죠. 부동산이나 사모펀드는 외환보유액 범주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또 한국은행과 정부가 보유해 관리하는 만큼 대기업이나 시중은행이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각국은 외환보유액을 왜 보유할까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겠죠. 평상시에는 환율이 쏠림현상이 있을 때 반대방향에서 안정시켜주고(스무딩 오퍼레이션), 위기 시에는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국내 금융기관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합니다. 또 경상수지 적자 등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시키고, 국가의 부를 보존하고 증식하기 위해 보유합니다.
 
◇외환보유액 추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4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 자본유입 등으로 1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화됐는데요. 외환시장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에 환율도 크게 치솟고 외환보유액도 줄었는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외환보유액이 다시 급증하고 원·달러 환율도 하향 안정됐습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이 92%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채권이고 일부 주식도 포함합니다. 작년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규모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 7위인데요. 선진국은 일본과 스위스 뿐 나머지는 모두 신흥국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3분의 1이나 보유하고 있네요.
 
◇세계경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이 공존해야 
 
◇21세기 개미와 베짱이 세계경제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다들 아시죠. 세계경제도 21세기판 개미와 베짱이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상수지 흑자국인 개미 나라가 있다고 칩시다. 소비보다 저축을 많이 한 개미 국가에 해외자금이 유입되면서 통화가치가 상승합니다. 자국 통화가치가 올라가면 수출은 감소하게 되겠죠. 그럼 저축보다 소비가 늘어나는 경상수지 적자국인 베짱이 나라가 됩니다. 베짱이 나라는 다시 해외자금이 유출되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겠죠. 다시 수출이 늘어나면서 개미국이 되는 겁니다. 결국 세계경제는 개미(경상수지 흑자국)과 베짱이(경상수지 적자국)이 공존해야 굴러가게 됩니다.
 
그런데 예외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유로지역과 미국인데요. 유로지역의 경우 동일한 통화, 단일통화를 사용하면서 환율을 통한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불균형 해소를 위해 환율이 아닌 내부적으로 정부지출 축소 등 긴축을 통한 내부 구조조정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미국 달러화도 예외예요. 미국 통화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성장하면 달러화에 대한 수요도 늘어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운명적으로 달러화를 공급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흥국들은 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게 됐나
 
◇외환보유액 축적배경: 외환위기
 
자 그렇다면 외환보유액을 축적한 게 금융위기의 원인이었을까요? 제가 서두에 외환보유액 규모 순으로 10위국 중 8개국이 신흥국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먼저 신흥국은 왜 외환보유액을 쌓게 됐을까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1994년 멕시코 외환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디폴트, 1999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요. 당시 위기상황 발생 경로를 보면 신흥국이 성장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면서 외채와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돼 신흥시장국이 통화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경상수지가 악화됐겠죠. 이들은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외채를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핫머니가 이탈하고 외채연장이 실패되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한거죠.
 
선진국들은 가혹했습니다. 재정긴축해라, 정책금리를 올려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쳐라,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한거죠. 신흥국들은 강력한 긴축조치를 단행하고, 구조조정·대규모 실업 등으로 경상수지를 개선하고 외환위기를 조기극복하면서 '슈퍼개미'로 거듭납니다. 이때 신흥국들이 얻은 교훈이 있겠죠. 외환위기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굳은 결심 속에 경상수지 흑자 유지,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보, 외환보유액은 위기시 언제든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위기 이후 신흥국들의 외환보유액은 증가하게 된 이유죠. 이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금을 유입하고 위험자산 대신 선진국 우량자산(미국 국채나 정부기관채), 즉 안전자산에 투자하게 됩니다.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보는 외환시장 안정의 중요한 핵심 
 
그런데 참 재미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신흥국들의 선진국 채권 투자에서 비롯됐다는 거죠. 신흥국들은 외환보유액을 쌓아서 선진국의 채권을 빠르게 사들입니다. 장기채권을 매입하면서 선진국의 장기금리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겁니다. 장기금리가 낮아지면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버블을 키우는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겁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는 안정화되는 겁니다. 특히 장기 모기지 금리는 장기금리와 연동되는데 신흥국의 장기채권 투자로 미국 주택담보 금리도 하향 안정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납니다. 금융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매개로 한 금융상품까지 개발하면서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된거죠.
 
2005년 밴 버냉키 당시 연준 위원은 경상수지 흑자 및 외환보유액 축적으로 표현되는 신흥국들의 과도한 저축이 글로벌 국제수지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낮은 장기금리를 통해 미국의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죠.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선진국들이 신흥국에 내린 패널티의 반작용이 된겁니다. 신흥국은 지금도 앞으로도 "외환보유액 축적 외에 위기발생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울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믿습니다.
 
◇외환보유액 축적배경: 외환위기
 
그렇다면 적정 외환보유액이란 존재하는 것일까요? 2000년대 이후 외환보유액 규모가 증가하면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는데요.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통적 방식의 외환보유액은 평상시에는 유효했지만 위기 시에는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정답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 유동성은 위기가 심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투자전략을 조정해나가면 손실을 축소할 수도 있고 금융안정 이슈도 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금융위기 당시 외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시장변화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자적인 자체 시장 예측모형과 리스크관리 수단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충분한 외환보유액의 확보는 외환시장 안정의 중요한 핵심입니다. 실제 위기상황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필요한 거죠. 한국의 경우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나라라고 판단됩니다.
 
김하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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