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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원룸 주차대수 완화…주차지옥 재현하나
2015-05-14 16:36:14 2015-05-14 16:36:14
"출근할 때 앞차가 빼줘야 나갈 수 있어 지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 동네 사람들 뿐 아니라 잡상인들도 차를 많이 세우는 바람에 싸움도 잦은데, 임대주택까지 들어온다고요? 아휴..."(노만석·가명·서울 화곡동)
 
서울시의 공공원룸 주차대수 기준 완화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박원순 시장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 공약 실천에 급급해 안전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시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공포하며 매입형 공공원룸주택의 주차대수를 가구당 0.4대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주차수요가 많지 않은 공공원룸의 주차기준을 완화해 공급을 활성화하고, 늘어나는 1인 가구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벌써부터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사건 이후 도시형생활주택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주차난과 그로 인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피해를 더 키웠다는 판단에 따라 가구당 주차대수를 0.6대로 상향하는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4개월 만에 조례를 개정해서다. 물론 당초 방안이었던 가구당 0.3대보다는 다소 강화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개정안에 따라 현행 15대에서 12대까지 주차대수 기준이 완화되는 사당동 공공원룸주택이 들어서는 사업지 인근은 주거지 밀집지역이다. 그렇지 않아도 골목주차로 인해 주차공간이 협소한 상황에서 공공원룸으로 인한 주차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의정부 화재 참사 초기 진압 실패 원인으로 지적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이라는 점도 명시돼 있다.
 
사당동 공공원룸 사업지 인근에 부착된 안내문. 단독택과 빌라로 밀집해 전형적인 골목주차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방서후 기자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빌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골목이 좁다보니 세워둔 차를 스치고 지나가는 차량이 많아 문짝을 모두 갈아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도 "도대체 내 집 앞에 주차하는 데 왜 마음을 졸여야 하나 싶다"며 "이래서 다들 아파트, 아파트 하나보다. 하루라도 빨리 돈 벌어서 넓은 주차장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갈 것"이라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공원룸주택의 특성상 차량 소유 비율이 높지 않아 이 같은 걱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양재대 서울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은 시 개정조례안 심사보고서를 통해 "서울은 교통기반시설과 주차장이 부족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신중히 검토해야하지만 SH공사가 공급한 공공원룸 입주기준에 의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중소제조업체 근로자,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되 소득수준을 제한하고 있어 개정안과 같이 주차장 설치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주차장 부족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시가 공급하는 공공원룸이 시내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비강남권에 주로 분포돼있다는 게 여전히 주차난을 우려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3년 간 시내에 공급된 매입형 원룸주택은 2585가구다. 이 가운데 서대문구가 532가구로 가장 많았고, ▲구로구 340가구 ▲성북구 273가구 ▲노원구 191가구 ▲중랑구 176가구 ▲마포구 152가구 ▲동대문구 148가구 ▲강서구 125가구 ▲강북구 108가구 ▲은평구 87가구 ▲도봉구 69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시내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 인허가 면적은 49만266㎡로, 강동구를 제외하고 강서구가 3만9464㎡로 가장 컸고, ▲중랑구 3만8355㎡ ▲은평구 3만5078㎡ ▲구로구 2만5962㎡ ▲도봉구 2만2729㎡ ▲성북구 2만1643㎡ 등으로 공공원룸 사업지와 상당부분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주들이 한 세대라도 더 짓기 위해 불법을 무릅쓰고 주차대수 제한이 적은 근린생활시설을 지은 뒤 주택으로 개조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정책이 도와주는 꼴"이라고 귀띔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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