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발 저가혁명, 신흥국 정조준
BOP시장 장악한 고드레지, 동남아·아프리카 진출 박차
2015-06-10 11:02:26 2015-06-10 11:02:26
12억3600만 명이 살고 있는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808달러(약 202만원). 전체 141위로 전세계 189개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전체 인구의 70%인 8억 명가량이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인도는 전세계 어느 곳보다 저소득층(Bottom of Pyramid, BOP) 시장이 발달한 나라다. 대표적인 기업이 고드레지(Godrej) 그룹으로 저소득층에 적합한 물건들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비누의 경우 10일 정도 사용 가능한 분량을 10루피(약 175원)에 판매하고 염색약, 살충제 등도 소량을 저가에 제공한다.
 
지난 2010년에는 3000루피(약 5만원)짜리 냉장고를 출시했다. 부피가 큰 컴프레서 대신 컴퓨터용 쿨링칩을 활용해 냉장 기능을 구현했고, 전원도 콘센트에 꽂을 필요 없이 배터리를 장착해 비용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이동이 편리하고 냉동기능은 필요없는 농촌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물이다.
 
◇전체 인구의 약 70%가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인도는 저소득층(BOP) 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다. 사진은 뉴델리의 한 시장의 모습.(사진=뉴시스/신화)
 
이처럼 고드레지는 농촌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공급해 일용품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향후 목표는 2020년까지 매출액을 2010년의 10배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드레지는 인도를 넘어 전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인도와 시장 환경이 비슷한 개발도상국에서 저가 혁명을 다시 한번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아디 고드레지 회장도 최근 "인도에서 쌓은 저가 마케팅 노하우를 다른 신흥시장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드레지의 신흥시장 공략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가정용품 제조업체 '메가사리 그룹', 아르헨티나의 헤어제품업체 '아르젠코스', 나이지리아의 화장품 기업 등을 순차적으로 인수한 것. 2010년 이후 진행된 인수합병(M&A)만도 7건이 된다.
 
고드레지의 적극적인 M&A는 해외 매출 수직 상승이란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남아프리카 대륙에서의 매출은 2010년 17억5000만루피에서 2014년 118억4000만루피로 7배 가까이 급증했고,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에서의 매출도 각각 64억5000만루피에서 144억5000만루피로, 18억6000만루피에서 61억8000만루피로 늘었다.
 
아디 회장은 "기회가 된다면 필리핀, 태국, 브라질 등지의 기업도 인수하고 싶다"며 해외 진출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M&A로 해외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확보한 고드레지는 현지화 전략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공동으로 모기퇴치밴드를 개발·출시하는 등 기존 제품을 판매만 하던 것에서 현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도 선보이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에 1억달러를 들여 살충제와 물티슈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고드레지는 험난한 인도 시장을 장악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노하우도 쌓았다"며 "다른 인도 기업의 해외진출의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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