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Edu)우리아이 잘 키우려면 '혼자 있는 법' 가르치자
유아기 올바른 훈육은 자제력 교육부터
손쉬운 체벌 습관은 아이 망치는 지름길
2015-06-23 11:00:00 2015-06-23 11:00:00
서울신경정신과 서천석 원장
 
유아기는 보통 2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세까지를 말한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시기다. 즉 유아기 아이들이 최초로 맺는 교육적 관계는 부모다. 때문에 유아기의 첫 학습은 부모의 양육과 훈육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부모의 양육과 훈육 방식은 유아기 아이들의 학습태도는 물론 앞으로의 학습과정과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지는 부모들이 늘 어려워하는 숙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서울신경정신과 서천석 원장은 ‘올바른 훈육’이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제력을 가지고 책임감과 자신감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아기에는 자기 욕구에 대한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들이 조절 능력을 독립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서 원장은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훈육에서 보여줘야 하는일관성이다.
 
서 원장은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타임아웃을 소개했다. 타임아웃은 잘못을 한 아이에게 활동을 잠시 중단시키고 제한된 시간 동안 또는 제한된 공간에 혼자 있도록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도록 하는 훈육 방법이다.
 
부모에게도 자제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다. 때문에 부모가 자신의 감정기복을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성공적인 타임아웃의 조건이라고 서 원장은 설명했다.
 
서 원장은 부모로부터 타임아웃 훈육을 일관성 있게 받은 자녀라면 성장한 후에도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잠깐 시간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이후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타임아웃식 훈육법이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성장과정에서 겪은 경험으로 잠시라도 혼자 있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불안감이 있는 아이들은 타임아웃 상황에서 ‘자신이 버려진다’는 자극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불안감 등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경우라도 부모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훈육법 일 수도 있다. 부모가 어린 시절 혼자 방치됐던 상처나 공포가 있다면 자신의 아이를 타임아웃식으로 훈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서 원장은 조언했다.
 
그러나 이 때도 방법은 있다. 타임아웃을 응용하는 것이다. 아이를 혼자 두는 대신 같은 공간에 의자 두개를 놓고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벽을 보고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혼자라는 것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아이나 부모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타임아웃 외에도 반성문 작성이나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해보는 방법 등이 있다. 서 원장은 그러나 타임아웃 방식에 앞서 권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반성문과 잘못한 점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에게 생각을 직간접 적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오히려 통제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제력을 가지고 책임감과 자신감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성공적이고 올바른 훈육의 목표와는 벗어나 있다.
 
서 원장은 타임아웃 훈육과 관련해 많은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심각한 오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타임아웃을 잘못한 아이에게 방에 들어가 혼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하는 기존의 체벌 방법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고 적용한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타임아웃은 절대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며 부모와 아이가 흥분한 상태에서 벗어나 서로 새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훈육의 방법”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훈육에 있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분명히 체벌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크다. 아이가 실제로 공포감만 느낄 뿐 학습효과는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폭력을 모방할 위험이 있다. 심지어 체벌을 상습적으로 당한 아이는 지능지수도 낮아지고 성장에도 약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 원장도 잘못된 체벌이 주는 심각한 폐해를 여러번 경고했다. 그는 “문이 잘 안 닫힐 때 발로 뻥 차면 문이 닫힌다. 그런데 계속 차면 문은 엉망이 되고 만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체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쓰면 당장은 말을 들을지 모른다. 그런데 내면에 상처가 남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매우 해롭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체벌의 유혹을 쉽게 꺾지 못한다.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고 제대로 훈육하려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체벌 수준에 이르기 전 여러 단계에서 아이의 행동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양육 사정을 보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절대 쉽지 않다.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통제하고 움직이려다 보니 결국 손 쉬운 체벌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쓰게 된다.
서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아예 잊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게으른 부모가 쓰는 방법”이라며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당장 쉬운 것, 고민 안 해도 되는 것. 부모가 나에게 썼기에 내게 익숙한 것을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원장은 물리적 체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점은 습관성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체벌이 습관화 되는 데에는 일정한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가지만 그 다음부터는 걸핏하면 손이 나가게 되고 결국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부모로서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그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이 없어져 ‘아동학대’와 같은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 원장은 체벌의 유혹을 느끼는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구를 냉장고 문에 써서 붙여놓고 화가 날 때면 한번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아이는 원래 말썽을 부리는 존재다. 그래야 건강한 아이다.’ ‘앞으로 1년 뒤 오늘 아이가 한 잘못이 기억날까? 그만큼 중요한 일인가?’ ‘나는 이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나? 한심한 실수를 저지르고 속상해할 때 남이 비난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금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한다고 이미 벌어진 일이 해결될 수 있을까? 엎질러진 물이다. 나까지 소리를 질러 오늘 하루를 더 망치지 말자’ 등이다.
 
서 원장은 “이 글을 읽고 반복해서 되뇌어 그 시간을 지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마음이 차분해져 다시 아이에게 다가가면 아이도 잘못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아이를 교육하기에 적당한 시간은 바로 그때”라고 강조했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