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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슈퍼스타트업)예술혼 부르는 독일 경매소 옥셔나타
온라인 경매 신뢰도 상승…안방에서 18세기 골동품 구매
2015-07-13 12:26:58 2015-07-13 12:26:58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이 소형 가전제품 광고를 가득 메웠다. 모델 출신 배우 소지섭이 여성 속옷 광고에 나오거나 배우 이승기가 밥통 선전에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소형가전 제품은 여성이, 대형 제품은 남성이 선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깨졌다. 트렌드를 재빨리 파악한 기업은 남성 연예인을 광고의 전면에 앞세웠고,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포브스에 따르면 경매 시장에도 기존의 통념이 깨지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급 온라인 경매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지금까지 세계 경매 시장은 값비싼 예술품을 주로 다루는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오프라인 거래소와 저가의 상품을 취급하는 이베이로 양분돼 있었다. 고가의 예술품이 오프라인 거래소로 몰렸던 이유는 신뢰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애지중지 아끼던 미술작품을 온라인에 내놓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겼다. 낙찰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데다 현장성도 떨어져 온라인에서는 주로 200달러 내외의 중고품이 거래됐다. 이런 와중에 한 스타트업이 중 ·고급 온라인 거래소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오프라인 경매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온라인 예술품 경매 중심에는 옥셔나타가 있다. 알렉산더 자케와 조지 언터전버거는 지난 2012년 5월 베를린에 사무실을 차리고 그해 9월에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개설했다. 첫 경매는 3개월 뒤인 12월에 이뤄졌는데, 당시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거래로 예술품 경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인터넷을 둘러싼 불신이 팽배했던 까닭이다. 옥셔나타 두 명의 창업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신뢰성만 회복하면 온라인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자체 개발한 실시간 방송기술을 경매에 도입했다. 이 기술로 고객들은 집에 있으면서도 마치 경매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온라인 경매에서는 호가가 바로바로 업데이트되지 않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옥셔나타 경매 방송은 그러한 갭을 말끔하게 해소했다.
 
경매 품목 감정을 업계 전문가들이 해준 것 또한 고객들의 우려를 씻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옥셔나타 베를린 사무실에는 고작 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나, 각 국가에 흩어져있는 감정 전문가는 350명에 달한다. 이들은 출품된 작품의 가치와 출처를 확인한 뒤, 진품인지 여부를 가린다. 예술작품 분석 서비스는 공짜로 제공된다. 진본이 확실하면 옥셔나타 본사는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이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 외부의 신뢰를 더 한다. 옥셔나타가 발급해 주는 인증서는 이베이 같은 다른 온라인 기반 경매에서도 작품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들은 서서히 온라인 경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 그 편리함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옥셔나타에는 실시간 방송기술과 무료 감정 인증 시스템에 힘입어 130개국에 걸쳐 14만명의 등록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2012년에는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스라엘 하이테크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상을 받기도 했다. 옥셔나타 관계자는 “지난주에 경매장에 방문하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 사이트에 방문하면 쉽게 살만한 물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객을 확보한 옥셔나타는 이제 그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옥셔나타는 거래 품목을 더 다양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경매에서나 취급될 법한 고가의 작품을 중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달 옥셔나타 실시간 온라인 경매에서 18세기 말에 제작된 중국 자동 시계가 출품됐는데, 이 시계는 중국인 르위귀언에게 383만달러(43억2838만원)에 팔렸다. 온라인 상에서 시행된 아시아 예술품 경매를 통틀어 역대 최고가다. 중국인 수집가는 상하이 롱뮤지엄을 소유하고 있는 예술품 시장의 큰손이다. 이런 거물급 인사가 옥셔나타 경매를 이용한 덕분에 회사의 신뢰도는 더욱 올라갔다. 거래되는 품목 또한 다양해졌다. 그림이나 조각품 뿐 아니라 독특한 제작품이 경매 목록에 올라온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 차량이 매물로 나와 1만유로(1256만원)에 팔렸다. 큰 인기를 끌었던 강아지 우주복은 2만유로(2500만원)에 낙찰가를 형성했다.
 
지난 몇 년간 옥셔나타는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작품을 구매한 고객 중에는 모조품을 샀다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흠집이 났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총 10건의 환불요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옥셔나타는 작품을 회수해 전문가에게 재감정을 의뢰했다. 고객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판명 나면 매매가의 100%를 환불해줬다. 반대로 아무 이상이 없으면, 법적 중재에 들어갔다. 모든 과정은 홈페이지상에 투명하게 공개됐다. 알렉산더 자케 옥셔나타 공동 창업자는 “8000달러(904만원)를 넘는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경매장의 신뢰를 가장 중시한다”며 “몇몇 실수를 그대로 인정한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옥셔나타는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온라인 경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텍틱과 히스콕스 조사에 따르면 세계 온라인 예술품 경매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5억7000만달러에서 오는 2018년 37억6000만달러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옥셔나타는 연간 매출이 사업 초장기 100만유로에서 올해 1억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경쟁사 패들8과의 점유율 다툼에서 승리하고 오프라인 경매소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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