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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스토리)걸음마 뗀 중국 웹툰, 문화 강국 이끈다
온라인 기반 창작만화 급부상…OSMU로 이윤 창출
2015-07-14 15:22:21 2015-07-14 15:22:21
최근 국내 웹툰업계에는 표절 소동이 일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 연재를 하는 모 작가가 중국의 인기 웹툰을 모방했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작가는 "작품 준비 기간 중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중국 작가의 이미지를 보게됐고 참고만 하려던 것이 표절로 이어졌다"고 사과한 뒤 연재를 중단했다. 표절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이 됐지만 업계에서는 표절 대상이 중국 작가라는 것에 주목했다. 국내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중국 만화 산업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사건이란 것이다. 이번 표절 스캔들의 주인공은 지난 2010년 중국 만화어워드 '금룡상'에서 최고 신인상을 수상한 20대의 인기 작가 탄지우다.
 
◇중국의 만화 시장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사진은 지난 5월 항저우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모습.(사진=뉴시스/신화)
 
◇2700억원 규모의 아시아 2위 시장
 
출판만화와 웹 상에서 보는 만화를 모두 포함하는 중국의 만화산업은 정부 정책의 지원 아래 최근 몇 년사이 빠르게 발전했다. 2009년 국무원 상무회의를 통과해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 문화산업 진흥계획'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현재 중국 만화 산업에서 자국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85%에 도달했다. 후진타오 주석 집권 시절부터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해 영상제작, 인쇄출판, 광고, 엔터테인먼트, 컨벤션, 디지털 콘텐츠, 만화와 같은 문화 산업을 국가 중점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의 결과물인 셈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3년 기준 중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콘텐츠 시장 규모가 53억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 중 만화 시장은 2억3600만달러(약 2700억원)로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유무선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로 중국의 만화산업은 더 많은 발전을 이뤄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웹툰과 유사한 개념인 창작만화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제공 형태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텐센트, 시나웨이보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만화 서비스로, 대부분의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된다. 사용자나 콘텐츠 페이지뷰 면에서 온라인 만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인기 작품의 2차 판권 확대 사업화(OSMU)로 수익을 추구한다. 두 번째로는 만화 잡지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한 경우다. 91AC, 만객잔(漫客棧) 등이 대표적으로 무료 서비스와 월정액·종량제와 같은 유료 서비스를 동시에 하고 있다. 기존 독자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모회사의 기존 콘텐츠를 만화와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중국의 대형 게임회사인 성다(盛大)의 초기 투자를 받았던 U17(有妖氣)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인기 콘텐츠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 성다와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U17, '투자오' 등 독특한 인터넷 문화 창조
 
이 중에서도 중국 최대 독립 창작만화 네트워크인 U17은 중국 만화 산업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만화광인 저우징치(周靖淇)는 만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직접 그린 작품을 공유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U17을 만들었다. 출판 만화 시장이 점차 침체되던 것과 맞물려 누구나 만화가가 될 수 있는 U17의 인기는 크게 올라갔고 2009년에는 성다의 투자를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 U17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수는 1만5000명에 이른다. 이곳에 연재되는 작품만도 5만 편이 넘는다. U17가 나타난 후 중국 만화시장에서 생산되는 총 작품의 수는 20배 가량 늘었다. 매달 U17를 찾는 독자는 2000만~3000만명에 달한다.
 
U17은 자신들이 만화 회사가 아닌 인터넷 회사라고 말한다. 전속 작가를 보유하고 일정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만화가나 네티즌들의 작품이 알려질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다. U17은 한때 신생 작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누구나 만화가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그 속에서 유망주를 발굴해 내고 있다. U17 최대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10만개의 냉소화>의 작가 한우(寒舞)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며 틈틈히 그림을 그려 올린 것이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운적도 없어 그림이 수려하지도 않고 내용 역시 B급 정서를 표방하는 이른바 '병맛'이었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네티즌의 성향과 맞아떨어졌다. 1년 만에 20억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휴대폰 게임 등으로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U17은 독특한 소통 환경을 구축하게 됐다. 만화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스티커처럼 작품에 직접 붙이는 댓글 '투자오(吐槽)'가 그것이다. 투자오는 U17 만화를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됐는데, 투자오는 작품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10만개의 냉소화>의 경우 첫 회에 붙은 투자오가 5000개가 넘는다.
 
이 밖에도 U17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사이트 곳곳에 배치했다. 만화에 더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가 원하는 목소리를 선택해 만화를 볼 수 있다. 화면 하단에는 '야오치냥'이라는 캐릭터가 자리잡아 다양한 표정과 대사들로 이용자들의 즐거움을 높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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