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긱 이코노미, 기술 혁신과 고용 불안정 사이
공유경제 선봉 우버, 노동자 미보호에 반발 심화
2015-09-07 08:00:00 2015-09-07 08:00:00
공유경제의 선봉으로 꼽히는 우버가 때아닌 정치 논쟁에 휘말리게 생겼다. 미국 대선의 유력한 후보들이 우버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까닭이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우버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다. "혁신을 앞세워 기존 산업에 도전장을 낸 신경제의 모범"이라는 칭찬도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최근의 한 연설에서 "긱 이코노미라고도 불리는 주문형 서비스는 흥미로운 경제와 자유로운 혁신을 창조했지만 노동시장의 보호와 미래의 좋은 직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내놓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버의 운전자들을 피고용자로 봐야하는 가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새로운 고용 형태에 대한 고찰을 야기한다.
 
◇공유경제의 선봉으로 추앙받던 우버가 비정규 노동자를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긱 이코노미의 부정적 단면이다. 사진은 반우버 시위를 규탄하는 우버 운전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AP)
 
산업혁명 후 200여 년간 보편적인 근로 형태는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고 매달 고정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함께 유급 휴가나 잔업 수당 등도 권리로 보장됐다. 대체로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 기업과 개인간 고용이 일반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발전으로 근로 형태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계약직 노동자 등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고용의 유연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최근에는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주문형 서비스가 고용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용자 스스로가 서비스를 사고 팔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긱(Gig) 이코노미'란 이름으로 불리며 새로운 트렌드로도 주목받는다. '긱'이란 음악가의 하룻밤 일을 나타내는 속어다.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구해 단기간 공연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했다. 음악계에서나 적합했던 단어를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하자면, 누군가에게 고정적으로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고용돼 돈을 버는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 10년간 2.7조달러 부가가치 창출
 
앞서 언급한 대로 긱 이코노미가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온라인 접근성의 확대가 있다. 긱 이코노미는 기존에도 있었던 개념이지만 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온라인 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며 고용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켈리서비스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스스로를 '자유계약직'으로 여겼고 IT, 금융·회계, 엔지니어링, 교육 등 직군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기술 숙련도가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38%, 신기술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26%를 차지했다.
 
 
긱 이코노미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특정 기술이나 능력에 대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인도,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노동가능 인구의 30~45%인 약 8억5000만명이 파트타임 정도의 일만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때문이다. 맥킨지앤컴퍼니는 이를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이라고 칭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2조7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혜택을 입는 사람 수도 5억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절반에 가까운 2억3000만 명이 구직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2억명은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근로 시간을 늘려 소득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밖의 6000만 명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이나 관심사에 적합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5000만 명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혁신이냐, 노동자 보호냐 그것이 문제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 환경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긱 이코노미로 소외받는 집단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정식 피고용인으로 인정을 해 달라며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우버 운전사들의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드라이버 파트너'라는 명칭으로 개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정규 노동자가 보장받는 최저 임금이나 야근 수당, 건강보험 혜택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규제 당국은 일단 노동자의 편에 섰다. 캘리포니아 노동위원회가 "우버 운전사들을 피고용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기사 1인당 4150달러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에 우버는 "새롭고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전통적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반박하며 즉각적인 항소 의사를 밝혔다. "원할 때만 일 할 수 있는 유동성을 선호하는 기사들도 다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폐업을 결정한 청소대행 업체 홈조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토마스 피케티는 "과거 두 세기 동안 이어진 경제 불균형은 자본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특화된 노동 플랫폼이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주문형 서비스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고객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다,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기존의 사회안전망의 울타리 밖에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즈(NYT)도 사설을 통해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의 경영 활동은 소비자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쟁점화 아닌 제3의 카테고리 지정 필요
 
우버를 중심으로 한 긱 이코노미의 고용 논란은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혁신과 노동자 보호라는 대립 구도의 프레임을 입었다. 이해관계자들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두 가지 가치 모두 중요한 공공 정책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양보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이를 두고 톰 페레스 미 노동부 장관은 "정치적 쟁점화를 시킬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7월 말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긱 이코노미와 관련된 네티즌과의 질의응답을 가졌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용 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일반 노동자(W2)인지, 추가 비용 지출 부담이 없는 자유계약 종사자(1099 노동자)인지 구별하는 기준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페레스 장관은 "일반 노동자와 자유계약 종사자를 판별하는 현행의 구조는 매우 경직돼 있고 강제적"이라며 "새로운 경제 모델에 적용이 가능하게 설계되지도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혁신과 노동자 보호가 양립할 수 없다는 우려 역시 잘못된 편견"이라고 언급했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문제의 정치화가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상태"라며 "기존의 구조에 적용할 수 없는 제3의 카테고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페레스 장관은 또 "정쟁으로의 섣부른 비화는 뒤떨어진 법적 규제를 고치기 더 어려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공유경제 모델을 훼손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과 국가 경제에 모두 해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의회의 입법 절차를 기다려야 할 때라는 진단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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