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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힘 실어준 박 대통령, 잘 진행될까
김관진 “2025년도까지 6대의 시제기가 나올 것, 개발에 큰 문제없어”
방사청장 직속 ‘한국형 항공기 개발사업단’ 연내 발족 준비
내년도 예산 670억 증액될까, 29일 국회 국방위 최종결정
2015-10-28 16:30:25 2015-10-28 17:14:11
미국 정부의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원점재검토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형 전투기(KF-X)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재승인’으로 기사회생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 대통령은 (KF-X 사업 종합보고를 받고) ‘매우 중요한 사업이니 차질 없이 완수하도록 하라’고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날 박 대통령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소장을 청와대로 불러 약 1시간가량 KF-X 사업 대면보고를 받았고 그 자리에는 김 실장도 함께 했다. 김 실장은 “KF-X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와 그동안 논란이 됐던 4개 기술 개발을 포함해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해 보고드렸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4가지 기술문제가 이전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이전이 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점에 대해서 분명히 지적했다”며 “앞으로 국민이 정부를 믿고 이 중대한 사업에 관심이 모아지도록 하라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KF-X 사업이 목표시한인 2025년까지 실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KF-X 사업을 하는데 412개 분야의 기술이 있는데 90%는 이미 갖고 있다”며 “나머지 10%는 절충 계획을 통해 받거나 해외 협력을 통해 개발 등을 할 수 있는 기술로 4가지 기술 모두 그 기술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4가지 핵심기술인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와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에 대해서도 “가장 핵심인 AESA 레이더는 이미 2006년부터 개발에 착수했고 현재 상당 수준의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나머지 3개 기술도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정확히 2025년도까지 6대의 시제기가 나올 예정”이라며 “해상과 육상에서 실험은 다 했지만 앞으로 항공기에 탑재해서 시험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2021년부터는 항공기에 탑재해 시험평가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KF-X 사업 추진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관련 예산도 증액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도 사업 예산으로 방사청은 1618억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그중 약 60%를 삭감한 670억원만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KF-X 핵심기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나머지 기술 역시 미국 측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이며 ▲방사청이 KF-X 사업에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측과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삭감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방사청은 예산이 부족하면 사업추진이 늦어질수 밖에 없고, 2025년까지 사업을 마무리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실장도 “방사청에서 올렸던 예산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재부에 방사청 의견대로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얘기하겠다”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해 국방위는 오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보고를 받고 예산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내부기류는 사업타당성이 불확실하니 더 삭감해야한다는 의견과 방사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박 대통령이 사업에 힘을 실어준 만큼 예산증액 가능성이 높아졌다.
 
익명의 방위사업청 관계자에 따르면 KF-X 개발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방위사업청장 직속 ‘한국형 항공기 개발사업단’도 연내 출범을 목표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28일 “방사청장 직속의 사업단 구성이 추진 중이다.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와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점재검토설’까지 나왔던 KF-X 사업이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기사회생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계약초기부터 알면서도 제대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결국 박 대통령의 방미기간 한민구 국방장관이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관련 협상을 벌이다 거절당하는 외교적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같은 ‘채찍’이 아닌 ‘자체기술개발 지원’이라는 ‘당근’을 내민 것은 의아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승인됐고, 현 정부 들어 본격 추진된 KF-X 사업을 박 대통령 스스로 문제시하는 것은 소위 국가안위를 중시하는 보수정권의 ‘안보정책 실패’와 ‘컨트롤타워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 돼 그런 정치적 부담에 일단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10월 30일 오후 강원도 원주비행장에서 열린 ‘국산전투기 FA-50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 전투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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