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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검찰·국정원 완패
유우성씨 간첩혐의 등 국보법 모두 무죄 확정
국정원 '김 사장' 징역 4년…윗선 벌금·선고유예
2015-10-29 19:07:40 2015-10-29 19:21:38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희대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건이 결국 관련자 전원 유죄 확정으로 종결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우성씨(리우찌아강, 36·중국)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위장탈북 한 뒤 국내 탈북자 정보를 수집하고 밀입북해 북한 보위부에 자료를 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 및 탈출, 간첩, 회합 및 통신')로 등을 받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가 선고됐다.
 
국정원과 검찰이 공조해 수사와 기소해 나섰지만 사실상 완패한 것이다.
 
대신 중국 국적을 숨기고 북한이탈주민으로 속여 주거지원금을 받고 신분을 속여 받은 여권으로 출입국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유씨가 밀입북과 간첩활동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여동생의 진술이 변호인의 조력 없이 장기간 구금 상태에서 위법하게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씨 여동생의 진술은 유씨의 간첩행위를 뒷받침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
 
반면, 유씨가 1심에서 간첩혐의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자 증거를 조작해 검찰과 법원에 제출한 혐의(모해증거위조) 등으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9일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39) 과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김 사장'으로 불리며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이모(55) 전 대공수사처장 등 국정원 직원 3명도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윗선인 이들은 벌금형이나 선고유예에 그쳤다.
 
법리상 이번 사건은 중국과 북한으로 출입국한 서류들이 공문서인지, 그 사실이 허위인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에 대한 잘못된 관행과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부장)는 "피고인들은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국정원에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했으며, 국정원의 임무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위조 증거로 허위공문서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이어 추가로 위조 서류를 제출해 법원을 속였다"며 "위조 증거로라도 유우성의 밀입국을 증명하려는 잘못된 공명심에 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모두 유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간첩증거 조작사건에 연루된 공판검사 이모 부장검사 등 2명을 정직 1개월에, 당시 공안1부장으로 사건을 지휘한 최모 부장검사을 감봉 1개월에 각각 징계 처분했다.
 
중국국적의 재북화교인 유씨는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04년 4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나 입국 후 보호시설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적을 속이고 본명 '유가강(리우찌아강)'을 '유광일'로 속여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004년 8월 하나원 사회적응교육을 수료한 다음  대전에 정착했다. 그러나 2007년 3월 서울로 올라와 서울의 유명 사립대 중문학과에 편입·졸업한 뒤 2011년 6월 서울시청 계약직 공무원으로 재직 중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무죄 선고 후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태풍의 중심에 서게 된 유씨는 자신의 북한사증(비자)가 위·변조됐다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을 대리한 변호사와 지난 4월 결혼했다.
 
한편 법무부는 중국 국적인 유씨가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음에 따라 강제 퇴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출입국관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외국인은 강제 퇴거 대상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유우성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최종 판단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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