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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아베 ‘위안부 소녀상’ 입장 발표에 촉각
일본 정기국회 4일 개회…소녀상 철거-지원금 관계 설명
2016-01-03 09:48:27 2016-01-03 09:48:27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후폭풍이 박근혜 정부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4일 개회하는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놓을 발언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대로 아베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이전시키는 조건으로 일본 정부가 피해자 지원금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답할 경우 여론의 반발은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8일 위안부 합의 발표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소녀상에 대해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모호한 표현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발표 후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틀 후인 30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소녀상 이전이 일본의 지원금 거출의 전제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자 일본 외무성은 30일 "이번 합의는 두 장관이 공동 기자발표의 장에서 발표한 내용이 전부"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같은 날 “터무니없는 날조”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31일에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해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돈을 받았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와 사회 혼란을 야기시키는 유언비어는 위안부 문제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밤 <교도통신>은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는다면 한국과 합의한 10억엔을 출연하지 않을 의향을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지통신>과 <산케이신문>에서도 유사한 기사가 나왔다.
 
<아사히>와 <요미우리>의 30일자 보도는 소녀상 이전과 지원금을 연계시키기로 ‘한국 정부도 확인했다’는 것이 포인트였다면, 한국 정부가 그 기사들을 부인한 후인 31일 <교도> 등의 보도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생략한 채 ‘아베가 연계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4일 국회에 나와 자신의 ‘의지’만을 밝힐지, 아니면 ‘한국 정부도 막후에서 동의했다’고 주장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베가 자신의 연계 의지만을 밝히며 한국의 철거 조치를 압박할 경우 위안부 합의의 논리구조상 합의 이행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은 28일 “일본 정부가 (지원금 거출 등) 상기에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이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베가 국회에서 ‘한국 정부도 소녀상-지원금 연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할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서서 ‘사실과 다르다’라고 못 박은만큼 정부는 아베의 주장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진실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이면합의설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져 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아베가 그같은 파장을 피하기 위해 소녀상-지원금 연계 여부를 얼버무려 답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일본은 향후 언론플레이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시간을 끄는 전술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일 열린 ‘위안부협상 무효 예술행동’에서 한 참가자가 한일협상을 반대하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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