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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전' 이대호, 제2의 최향남 돼선 안 된다
'높은 연봉자-유망주 선호' 메이저 현실 극복 과제
2016-02-29 14:13:07 2016-02-29 14:13:07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빅보이'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가 돈 대신 메이저리거란 꿈을 위한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지금 꼭 기억할 게 하나 있다. 7년 전 똑같이 빅리그행 꿈을 꾸고도 나이 어린 유망주와 높은 연봉의 선수를 선호하는 미국 내 냉정한 현실에 고개를 떨어뜨린 최향남(다이빙 덕스)의 전철을 밟지 않는 일이다.
 
이대호는 지난 17일(한국시간)부터 시애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땀흘리고 있다. 지난 4일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빅리그와 마이너리그 보장 금액이 다른 '스플릿 계약' 체결 후 13일 만에 초청 선수로 캠프로 향했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잔류했다면 5억엔(약 55억원)이란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대호의 선택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국행이었다. 이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겨 꼭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대호처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미국 무대를 두드린 대표적인 이는 최향남이다. 최향남은 2006년과 2009~2010년 두 차례나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향남은 첫 번째 도전이었던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 A팀인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8승 5패 평균자책점 2.37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팀 내 유망주들에게 밀리며 빅리그 승격 티켓을 따지 못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3년 뒤 최향남은 두 번째 행보에 나섰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거쳐 101달러(약 12만원)에 200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리그 계약한 뒤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두 차례 시범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빅리그행 청신호를 밝혔지만 돌아온 건 갑작스러운 방출 통보였다. 당시 38살이었던 최향남은 연봉도 아닌 월봉 7500달러(약 920만원)를 받았고 이마저도 매달 갱신해야 했다. 팀으로선 많은 나이와 적은 연봉이란 부담 없는 조건을 갖춘 최향남은 방출 1순위였다. 최향남은 이후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 A 앨버커키 아이소토프스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으나 끝내 빅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낮은 연봉자보다 높은 연봉의 선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고, 나이 많은 선수보단 유망주를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 현실에 맞춰보면 이대호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 주전 지명타자 넬슨 크루스는 지난해 44홈런을 기록했고 지난해 유망주 투수 세 명을 내주고 데려온 1루수 아담 린드는 빅리그 통산 166홈런을 날렸다. 이들에게 올 시즌 보장된 연봉은 각각 1425만 달러(약 176억원)와 800만 달러(약 99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높은 연봉과 그간 좋은 실적을 남긴 이들을 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백업 자리로 놓고 헤수스 몬테로와 경쟁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이번엔 나이가 걸린다. 몬테로의 나이는 27살에 불과하고 과거 뉴욕 양키스 시절부터 그랬듯이 여전히 대형 유망주로 꼽힌다. 가장 큰 핵심은 몬테로의 마이너 옵션이 모두 소진됐다는 것이다. 이제 몬테로의 마이너행은 곧 그를 다른 팀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망주를 헐값에 내줄 수 없는 시애틀로선 비슷한 실력이면 34살의 이대호 대신 몬테로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대호로선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이대호는 최향남과 달리 스프링캠프가 끝나는 다음 달 말까지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옵트아웃 조항을 계약 당시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해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고 다른 빅리그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눈길을 끄는 활약을 펼쳤을 때야 가능한 얘기다.
 
이대호는 현재 '약자'에 불과하다. 높은 연봉의 선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고 나이 많은 선수보단 유망주를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현실을 넘어야 한다. 최향남은 마이너리그 최고 레벨엔 트리플 A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이 보이지 않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대호 역시 이에 휘둘릴 여지는 남아 있다. 하지만 국내와 일본 무대에서 보인 활약이라면 위대한 도전을 성공 신화로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오직 실력만이 살길이다. 마이너리그 성적을 높게 보지 않는 빅리그 현실에 맞춰 스프링캠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위대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이대호의 성공과 실패 여부가 앞으로 한 달 안에 판가름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대호가 지난 5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뒤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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