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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견 면세점 "설 곳이 없다"
신규면세점 입찰서 소외…대기업 과도한 할인·인력 빼가기도 심각
2016-03-07 06:00:00 2016-03-07 06:00:00

중소·중견면세점이 안팎으로 대기업의 횡포에 치이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설 곳을 잃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 독과점 방지와 지역 경제·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지방면세점과 일부 공항면세점의 운영 특허를 내주고 있지만 한국공항공사 측과의 엇박자와 대기업의 공격적인 영업에 위기를 겪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새 사업자가 선정되는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은 사실상 배제당했다. 지난 1월 관세청이 발표한 특허신청 공고문에는 입찰 참가 기업의 규모에 대한 제한이 없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된다.

 

당초 관세청은 한국공항공사 측에 중소·중견업체들이 제한입찰 방식을 통해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 측이 관리 등의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입찰 공고가 발표된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 역시 3년이라는 짧은 운영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입찰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은 중소·중견면세점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항면세점 입찰은 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입찰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내주는 이른바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규모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펼쳐 사업권을 따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진행됐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별도로 구역과 품목을 나눠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따른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한국공항공사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다수의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입점한 인천공항 면세점은 다른 이유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인천공항의 면세점 사업자가 급격히 늘면서 면세점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역마진도 감수할 정도의 과도한 할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율이 30~40%대를 넘기면 사실상 이윤을 남길 수 없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과도한 할인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말라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이라며 "대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결국 면세사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해 대기업들이 잇따라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특허를 취득하면서 면세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영입전이 과열되면서 경쟁사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손을 뻗치며 인력을 속속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면세점이 각종 악재로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오는 5월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는 대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지난해 새롭게 입점한 인천공항에서는 대기업들의 과도한 할인 정책이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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