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일주일에도 2~3개씩 신규 대작들이 나오고, 기존 게임은 지속적으로 이용자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또 앞다퉈 톱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TV광고가 쏟아지면서 많은 마케팅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개발사는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죠. 결국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하고 또 해외시장 개척도 해야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게임개발사 ‘스틱’ 본사에서 만난 노성래 대표는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서 소규모 개발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노 대표는 한빛소프트, 노아시스템을 거쳐 15년간 게임업계에 몸담은 시니어급 개발자다. 해외에서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던 ‘나이트온라인’, ‘탄트라 온라인’ 등 여러 PC온라인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2014년 10월에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2명과 함께 소규모 개발사 ‘스틱’을 설립했다.
회사를 만들고 처음 만들어낸 게임은 ‘먹거나 먹히거나’라는 독특한 장르의 모바일게임이다. 주 캐릭터인 물고기들이 본인 보다 작은 물고기와 생물들을 먹고 자라면서 키워진 몸둥이로 다른 이용자들과 싸우는 단순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끼리 각자의 물고기들과 먹고 먹히는 싸움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의 묘미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상위 10개의 게임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상위 20개 모바일게임 중에서 4~5개를 제외한 모든 게임의 장르가 역할수행게임(RPG)에 몰려있어 장르 편중이 심각하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 많다보니 사업자들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개발비에만 수십억이 들어가고, 그에 준하는 마케팅 비용도 감수해야 시장에서 먹힐정도의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노 대표는 넉넉한 투자금을 만들기 어려운 벤처 개발사로서 한정된 자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2억원대로 투자한 '먹거나 먹히거나'였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장르와 콘텐츠라면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계산이었다.
출시 후 초기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열흘 가까이 구글 인기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2주만에 30만 다운로드수를 기록했다. 소규모 개발사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봉착했다. 쏟아지는 신작 마케팅 공세에 밀려 게임 자체의 인지도 형성을 못했다. 이용자들을 더 끌어모으기 어려웠다. 수치로도 평균 2~3만명 방문수에 머물러있다.
노 대표에게서 소규모 개발사로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먹거나 먹히거나'를 개발한 노성래 스틱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정문경 기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특성은.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작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상위 10개의 게임이 전체 매출의 90%를 가져간다. 국내에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5000여개라고 한다. 그 중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얼마나 될까? 지금 이 순간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게임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는 개발자가 많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앞으로 몇 년간 생존을 위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한국시장에만 머물지 말고 세계 시장을 본다면 분명히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규모 개발사로서 국내시장에서 가장 힘든점이 있다면?
시장에서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이용자들이기 때문에, 게임시장은 우리처럼 작은 회사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 그러나 큰 회사와 비슷한 콘텐츠로 경쟁하면 실패하게 된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RPG 게임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가 나왔다. 개발비에 수십억이 들어가는 품질 경쟁 단계로 들어가 버렸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 너무 많다 보니 모객 단가도 너무 높아졌다. 대작이 아니라면 마케팅으로 이용자들을 모집해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데이터를 축척한 큰 회사들은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작은 회사들은 수익을 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게임은 대기업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검증돼지 않은 새로운 게임은 이용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먹거나 먹히거나'만 해도 단순히 물고기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인줄 알고 들어온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잡아먹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객 문의를 통해 항의하기도 한다. 다음 게임을 만든다면, 이용자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퍼블리셔 없이 직접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처음부터 직접 서비스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 퍼블리셔가 특정 장르의 게임을 선호하다보니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해 직접 서비스를 하게 됐다.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케팅, 홍보에 고객 상담까지 하다 보니 절대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소규모 개발사를 위해 구글과 카카오 등 플랫폼사에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상반기 중 광고플랫폼을 도입하면서 그 일환으로 수수료 인하 등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전까지는 카카오를 통해 출시되는 게임들이 워낙 많아서 모든 게임들이 지원을 받기 힘들었다. 작은 개발사 보다는 상업적으로 성공할 게임을 밀어주는 것 같았다. 구글의 지원을 받기 위해, 4월에 열리는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가 신청을 했다. 1차 심사 통과 여부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주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먹거나 먹히거나'는 국내보다 세계 시장에 더 적합하다는 평을 해줬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액션 게임이고, 게임이 전달하는 메시지도 단순 명료하다. 이름 그대로 먹거나 먹히거나다.
이 게임의 다운로드 용량은 40메가바이트(MB) 미만이다. 저사양의 스마트폰에서도 잘 돌아가고 시간당 사용하는 패킷도 2MB 수준이라 통신인프라가 떨어지는 국가에서도 원활하게 작동된다.
현재 해외 진출을 위해 외국 퍼블리셔와 접촉을 하고 있다. '먹거나 먹히거나'에 관심을 가져주는 회사가 몇 군데 있었다. 지금은 중국, 일본 퍼블리셔 직원들이 게임에 접속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펀딩 등 논의 되고 있는 투자 현황이 있으면 공개해달라.
아직, 투자가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개발자로만 이루어진 회사이다 보니 접촉포인트도 없어 주변 지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알아보고 있다.
스틱이라는 작은 회사는 ‘먹거나 먹히거나’라는 모바일게임으로 개발력과 창의성을 검증받았다.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스틱이라는 회사를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내 이용자와 매출 규모는.
현재 평일 2만, 주말 3만 명 정도의 이용자가 방문한다. 처음보다 많이 줄었지만, 크게 욕심 안 부리고 길게 내다보면서 게임서비스의 품질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케팅 지원만 받는다면 국내외 시장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이용자 1인당 평균 매출은 4000원대이고, 재방문율은 50% 이상이다.
첫 2주는 소규모 인력인 스틱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이용자들이 많았다. 개발팀 전원이 문의메일에 응답하고 인터넷커뮤니티를 관리하느라 아무 일도 못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서비스 인력을 확충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글로벌시장에 진출해 소규모게임사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개발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고 싶다.
'먹거나 먹히거나'를 개발한 핵심 개발자들이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스틱.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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