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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 아직 '빛 좋은 개살구'
증권사 비교해 걸음마 수준…불완전판매 부담감도 발목
2016-04-18 16:14:00 2016-04-18 16:14: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등에 대응해 시중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이고 있으나 애초 기대만큼의 금융 자문이나 투자수익률 제시는 불가능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에게 제공되는 자산관리를 낮은 비용으로 대중화 하기 위해 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 중인 곳은 국민·우리·신한·KEB하나·기업은행 등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과 조언자(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로봇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고객의 정보(재정상황, 포트폴리오, 투자성향)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은행을 비롯한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면 투자전문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되고, 방대한 투자정보를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및 하나금융투자와의 협업을 통해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 PB’를 오픈했으며, 우리은행은 ISA와 연계한 ‘로보어드-알파’를 시범 서비스 중이다. 기업은행(024110)은 파운트와 손잡고 일임형ISA 운영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은행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시범서비스인  'S로보 플러스'를 출시했고, 국민은행의 경우 쿼터백 투자자문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을 탑재한 신탁상품을 내놓았다. 
 
은행권이 로보어드바이저에 큰 관심을 갖고 속속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수준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것만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실정이다.
 
실제 KEB하나은행의 사이버PB는 은행 직원의 태블릿 PC에 설문지 분석, 투자목적 분석 등의 과정을 탑재한 것 외에는 고객 상담을 돕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의 시범서비스도 현재는 투자성향과 상품 소개를 모바일에 접목했다는 것 외에는 차별화 되지 못했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도입 초기인 만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제대로 정착했다고는 할 수 없다"며 "계열 증권사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화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지향하는 은행의 특성상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한 자문이 특정고객에게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서비스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금융연구원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기능과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 호황기에 출시돼 침체기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이 검증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ISA 계좌 가입 시간이 오는 2018년까지 한시적인 만큼 은행들이 자산관리 인력에 대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로드어드바이저로 버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B서비스를 일반 고객에 갑자기 확장하기에는 인력과 비용의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서비스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문서비스의 혁신과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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