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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반칙과 편법의 범죄행위, 전관예우비리
2016-05-04 06:00:00 2016-05-04 06:00:00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조계 전관예우비리가 다시 터졌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변호사의 수임료 반환 갈등이 법조비리가 터지게 된 단초였다. 이 갈등으로 거대 자본가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법원,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엄청난 액수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되었다. 이 과정에서 담당검찰과 재판부에 로비를 했다는 정황, 브로커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전관예우는 한국 법조계의 고질병이다. 세상을 뒤흔들었든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1999년 대전 법조비리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수많은 판사, 검사들이 징계를 받고 사직했다. 이 두 사건 모두 변호사가 판사, 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이었다. 돈과 술로 정의를 사려고 한 범죄행위였다.

 

가까운 예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 황교안 국무총리가 있다. 2014년 5월 국무총리로 지명된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로 낙마했다. 퇴직 후 5월만에 16억원을 번 것이 문제였다. 전관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액수였다. 한때 국민검사로 불릴 정도로 검찰이 낳은 걸출한 인물도 전관예우 앞에 맥없이 쓰러졌다. 황 총리는 로펌에 취직해 16개월 동안 16억원을 벌었다. 한달에 1억원이다. 1억원은 보통 사람에게는 월급이 아니고 연봉이다. 그것도 매우 잘 나가는 직장인의 연봉이다. 황 총리의 유일한 변명은 전관예우로 받은 돈이 적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적은 돈을 훔쳐도 절도이듯,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전관예우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이번 법조비리는 기존의 전관예우와 다른 측면이 있다. 거대 자본가가 전관과 결합한 점이 그것이다. 편법과 반칙으로 정의를 사려고 한 자본가와 법조커넥션을 가진 전관이 결합했다. 그 결과 수임료가 폭증했다. 한 건의 수임료가 수십억원이었다고 하니 안대희, 황교안 사건의 수임료는 오히려 귀엽게 보일 정도다. 그리고 법조 내부의 거래를 넘어 경제계와 법조계가 함께 정의를 매수하려고 한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법조비리는 자본과 만나면서 규모와 내용 면에서 진화하고 있다. 수임료도 폭증하고 정경유착의 도구로도 되고 있다.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이 또 다른 부패사건, 비리사건이 되어 버렸다. 이미 이전부터 범죄행위였지만 이제는 국가를 흔들 정도의 권력형 비리, 부패사건이 되어 버렸다.

 

이번 법조비리는 우리의 부패수준이 심각한 상태에서 터져 더욱 심각하다. 만연한 부패수준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의 부패수준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와 부패순위는 2008년을 최고로 이후 계속 하락하거나 정체하고 있다. 2015년 전체 순위는 37위이고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공동 27위로 하위권이다.

 

문제는 부패인식지수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도 정경유착이나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완전히 부패국가로 정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법조비리 사건 처리는 중요하다. 법조비리를 엄단하는 의미와 함께 악화되는 부패수준을 막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법조비리는 국가부패의 핵심 중의 하나다. 이번 법조비리는 판사, 검사 등 고위직 공무원과 화이트칼라인 변호사, 거대 자본가의 합작품이다. 권력과 자본이 사법부와 국가를 매수했다는 점이 이번 법조비리의 핵심이다.

 

당장의 대책은 특별검사 도입이다. 이미 법원, 검찰이 연루된 정황이 확인된 지금 검찰의 수사는 부적절하다. 우리 역사에서 법조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항상 미흡했다. 이것은 검찰이 관료주의, 조직이기주의에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관료주의에서 자유로운 수사기관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특별검사다. 대한변협도 관련 변호사를 조사하고 징계해야 한다.

 

하지만 법조비리와 권력형 부패는 수사와 재판, 징계만으로는 추방하기 어렵다.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제도 개혁은 부패청산과 사법개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부패청산을 위해서는 국가청렴위원회와 같은 독립적 반부패기관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개혁과 법원개혁을 하여 시민의 공개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위기는 위기일 뿐 기회일 수 없다. 위기의 순간에 벌이는 최대의 노력은 종종 최소의 성과만을 가져온다. 그래도 위기의 순간에 최대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함이다. 법조비리 사건의 엄정한 처리는 법조와 국가의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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