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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년 기획)파괴적으로 기존 금융 대체하는 핀테크
(핀테크시대 도래)매년 26%씩 성장…"PB는 부자고객만"은 옛말…전통적 일자리 위협
2016-05-11 06:00:00 2016-05-11 17:05:19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2016년 다보스포럼의 핵심의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1784년 증기기관 발명으로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전기에 의한 제2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반도체가 제3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면 이제는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와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이 특징인 제4차 산업혁명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산업에서도 대혁신이라 할 만한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다. 바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 결합으로 탄생한 핀테크(Fintech)다. 우리나라 금융계에는 지난해부터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핀테크는 자금 결제나 송금, 개개인의 자산 관리,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에 이르기까지 휴대전화, SNS, 빅데이터 등의 정보 기술(IT)을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핀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다. 2008년 9억3000만달러에서 2013년 29억7000만달러로 5년 간 연평균 26.1% 성장했다.
 
또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금융 스타트업 업체 수도 2014년 1월 2개에서 2년 만에 16개로 늘어났다. 각 기업 당 평균 기업가치는 15억5000만달러에서 30억8000만달러로 2배나 증가했다.
 
핀테크가 성장하면서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지급 결제 중심에서 점차 금융소프트웨어, 데이터분석, 플랫폼 영역까지 진출했다.
 
핀테크 초창기인 2008년에는 지급결제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이 70%로 가장 높았으나 2013년에는 28%로 줄어들었다. 반면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08년 10%에서 2013년 29%로 증가했다. 금융데이터 분석 부문의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29%로 늘었다. 플랫폼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5%에서 14%로 빠르게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이어져 온 금융업 규제 완화로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수는 지난해 5월 44개에서 1년만에 500여개로 급증했다.
 
장우석 현재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전자금융은 금융회사가 주도하고 IT가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금융인프라 업그레이드에 불과했다면, 핀테크는 IT기업이 주도하고 기존 금융 인프라를 우회 또는 대체할 수 있는 파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급결제, 자금중개, 위험관리, 정보관리 등 기존 금융회사의 모든 영역에서 핀테크 회사들이 기존 금융기관을 위협하자 금융기관들도 적극적으로 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파급력이 큰 지급결제 부문에서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다양한 IT사업자들이 핀테크 서비스를 도입하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IT회사가 모바일 금융서비스로 시공간 제한을 없앤 것에 대응해  기존 금융권에서는 이미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 인증'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다.
 
신한은행은 '써니뱅크'에서 영상통화를 이용한 비대면 인증을 선보였고, KEB하나은행도 지문인증을 통해 계좌를 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창구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계좌 개설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이다. 
 
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를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곧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운영되는 은행 지점 165곳이 줄었고, 올해도 100여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은행 점포의 역할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지점이나 출장소를 폐쇄하는 경우가 늘고 복합점포나 특화점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대면 금융서비스로 촉발된 금융패턴 변화의 중심은 연내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의 은행과는 달리 점포 혹은 지점이 없이 은행업무가 가능한 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고객과의 대면 채널이 없고 본부 사무공간과 고객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스몰 오피스만 운용된다. 대신에 인터넷, 모바일 뱅킹이 핵심 채널이며 콜센터와 ATM 채널 또한 제공된다.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기존 시중은행들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는 IT회사를 비롯해 은행, 증권 등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종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거래 패턴 변화가 최종적으로는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는 금융산업의 대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이 상당수 업무를 대신하자 은행 등 금융사들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하면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작년 말 임직원 수는 11만6932명으로 2014년(11만8821명)보다 1.4%(1889명) 줄었다. 은행원 수가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증권업에서도 이미 컴퓨터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금융거래 패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수억원의 금융자산가들만이 누리던 비싼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가 조만간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얘기하면 투자자문사들의 고용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대신 투자자문 부문에서 550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금융사들은 이제 핀테크 시대가 메가트렌드라는 것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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