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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생태계 파괴하는 글로벌 바이오화학 기업의 이면
바이엘-몬산토 합병 추진에 환경단체 비난…"GMO·살충제로 환경 위협"
2016-06-08 12:00:00 2016-06-08 12:00:00
글로벌 농업화학계가 재편되고 있다. 지난달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미국 농화학기업 몬산토를 62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몬산토의 현재 시가총액보다 37%이상 높은 값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에 대해 몬산토는 “재정적으로 부적절하다”며 거부했지만 추후 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바이엘의 추가 제안으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또 하나의 거대 바이오화학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말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했고, 올해 초부터는 중국의 켐차이나가 스위스 신젠타의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연이은 농업화학계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해 존 서블 영국 그린피스 회장은 “궁극적으로 3개 기업이 전 세계의 식량을 통제하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합병을 추진하는 바이엘과 몬산토가 환경운동가와 소비자로부터 지탄받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 의지를 밝혔을 때 환경운동가들은 이를 ‘지옥에서의 결혼’이라고 표현하며 즉각적인 반대에 나섰다. 환경운동가들에게는 전형적인 악덕기업으로 간주되는 두 회사의 결합이 악몽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베넷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 회장은 “몬산토는 셸이나 엑손모빌처럼 환경운동가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기업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바이엘에 대해서는 “최근 2~3년간 살충제 네오닉스(Neonics)의 환경파괴 영향에 대한 논쟁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며 환경운동가들을 격분시킨 기업”이라고 말했다. 
 
몬산토는 연매출 15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화학 종자회사다. 화학품 제조업체로 출발해 20여 년 전부터 유전자변형생물체(GMO)를 이용한 곡물의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해 왔다. 현재 전 세계 GMO 농산물의 약 90%가 몬산토의 특허 종자로 생산된다. 특히 몬산토는 옥수수, 콩, 카놀라, 목화의 교배 및 배양·생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제초제 등 농업용 화학제품의 제조·판매를 통해 연간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몬산토는 작물의 씨앗부터 제초제 등 농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농화학 업계의 거물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몬산토 반대 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유독성 화학물질 보호용 의복을 입고 몬산토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AP
 
유전자조작 농산물·제초제로 생태계 위협
 
‘라운드업(Roundup)’은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의 상품명으로 몬산토의 대표 상품이다. 적은 양으로 모든 잡초를 제거하는 강력한 제초제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 농약이다. 1996년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잡초가 발견됐는데, 몬산토는 이 잡초의 유전자를 이용해 라운드업을 극복할 수 있는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라는 콩 종자를 만들었다. 몬산토는 이어 다른 GMO 종자들도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개발, 특허를 취득했다. 몬산토에 의하면 농민들이 ‘라운드업 레디’ 종자를 심고 ‘라운드업’을 뿌리면 잡초 걱정 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식품 안전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은 몬산토의 GMO 종자나 제초제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제품이라는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라운드업의 글리포세이트가 발암성 물질 등급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2A에 해당되며 비호지킨 림프종이나 폐암을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미국 학계는 살포된 작물에 스며들어 잔류한 라운드업 성분은 어린이 자폐증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라운드업 레디 종자 또한 GMO 식품으로서 유해성 논란을 빗겨갈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비평가들은 몬산토가 비윤리적인 행위로 소규모 농민들과 자연 농업 체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몬산토는 1990년대 후반부터 GMO 시장 확대를 위해 GMO 종자를 사용하지 않는 농민들에게 소송을 걸면서 위협해 왔다. 미국 일리노이 주의 한 농민은 재래 종자를 심었지만 이웃들이 사용하는 GMO 종자의 꽃가루에 오염된 경우다. 몬산토는 이 농부가 허가없이 종자를 훔쳐 심었다고 특허 침해로 고발했다. 카놀라를 재배하는 한 캐나다 농부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재배하는 농작지에 라운드업 레디 카놀라가 발견되어 몬산토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식량주권 빼앗는 GMO와 몬산토를 반대합니다”
 
몬산토가 만드는 제품에 대한 불신은 커져 갔고, 환경 단체와 소비자들은 몬산토와 GMO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몬산토 반대 행진’이 열리고 있는데, 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시민운동이다.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식품 GMO 표시제의 주민투표가 몬산토의 압력에 의해 부결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의 한 주부가 SNS를 통해 몬산토 반대 행진을 제안하면서 식품 안전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21일에 몬산토코리아가 위치한 광화문에 전국에서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
 
몬산토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자사 홈페이지의 제목으로 올리고, 환경기업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년 전 몬산토는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광고를 만들었다. 또한 SNS를 통해 “1분만 주세요”라는 유튜브 광고를 내보내 몬산토를 둘러싼 이야기들에 대해 해명했다. 크리스티 딕슨 몬산토 대변인은 “지난 몇 년간 소비자와 대화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몬산토는 아직도 GMO성분 포함 여부를 식품 포장에 표기하는 법제화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모순적이라는 평가다.
 
바이엘도 살충제와 제초제로 환경 파괴    
 
바이엘의 주주들은 몬산토 인수로 바이엘의 기업 이미지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바이엘 역시 모범적인 기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딜크 짐머만 그린피스 소속 농업 전문가는 “바이엘도 제초제에 저항력을 지닌 유전자 조작 종자를 팔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제초제와 살충제를 판매하는 바이엘은 몇 년 전부터 네오닉스의 유해성에 관해 환경운동가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네오닉스는 바이엘이 개발한 살충제로 곤충들의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화학물질이다. 유엔보고서와 미 환경보호국은 네오닉스가 유럽과 북미의 곤충과 벌의 개체수를 감소시켜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인류가 먹는 식품의 3분의1 가량은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시키는 식물에서 나오는데 이 화분수정의 80%는 벌들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벌의 개체 수 감소는 식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 
 
최근 열린 바이엘의 연례주주총회에는 네오닉스 생산 중단을 요구하며 100만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서가 제출됐다. 바이엘은 FT에 “네오닉스는 사용법을 준수하고 적절히 사용할 경우 벌에게 안전한 제품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엘은 네오닉스의 유해성을 나타낸 연구가 대부분 좁은 실험실에서 진행되어 농부들이 살충제를 사용하는 실제 환경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데이브 굴슨 석세스대 생물학 교수 겸 벌 전문가는 “대다수 독립적인 학계의 입장은 이 살충제가 꽃가루 매개충에게 해롭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학자들은 지난해 스웨덴 룬드대학이 수행한 대규모 실험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 16개의 밭 중 절반은 네오닉스를 뿌리지 않은 씨앗을 심었고, 다른 절반은 네오닉스를 뿌린 씨앗을 심었다. 그 결과 호박벌과 단독벌은 네오닉스 처리를 거친 씨앗이 자라난 밭에서 훨씬 적게 관찰됐다. 반면 꿀벌의 개체 수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마이크 라가트 리딩대학 교수 겸 곤충생태학자는 “야생화와 야생작물의 꽃가루 매개충인 호박벌과 단독벌에 대한 네오닉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실험”이라며 “집단생활을 하는 꿀벌은 개체 수가 약간 소실되더라도 곧 재생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엘과 신젠타가 지원하는 대규모 실험 연구는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올 여름에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신지선 미국공인회계사·국제경제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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