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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진사가 선물하는 하루, <바라봄 사진관>
사회적 경제/지속
2016-06-12 10:41:35 2016-06-12 10:42:14
원 플러스 원(1+1)’. 대형 마트 매대에나 붙어있을 것 같은 이 슬로건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는 사진관이 있다. 한번 사진을 찍으면 한 번 더 찍을 수 있는 서비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무료로 한 번 더 촬영할 수 있긴 하지만, 그 기회는 내가 아니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소외된 이웃에게 돌아간다. 한 장의 사진 외에도 나누는 따뜻함까지 덤으로 얹어주니, 진정한 원 플러스 원인 셈이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은 국내 최초의 장애인 사진관으로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나종민 대표는 IT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퇴직 후 카메라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휴대용 카메라의 보급으로 동네 사진관이 사라져 가는 추세인데도 그가 사진관을 만든 이유는 뇌병변을 가진 아이 어머니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고. ‘장애인을 찍는 사진관이 있다면 그곳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촬영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꺼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6개월 후 사진관을 개원한 것이 벌써 5년 전 이야기. 그사이 나 대표는 장애인에서 소외된 우리 곁의 이웃으로, 나눔의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었다. 작년 초부터는 매달 한 가족을 선정해 기적 같은 하루를 선물해주는 오로라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바라봄 사진관을 방문했다. 아래층에 있는 허그 인(Hug In) 카페에서 만든 따뜻한 고구마 라떼와 함께, 특별한 사진사 나종민 씨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 사진관의 아래층에 있는 허그인 카페도 ‘나눔을 즐기자‘는 취지로 나눔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바람아시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 사진관의 아래층에 있는 허그인 카페도 나눔을 즐기자는 취지로 나눔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라봄 사진관의 나종민 대표. 사진/바람아시아
 

 

-바라봄 사진관이라는 이름이 매우 예쁜데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떤 카피라이터분이 봄(VOM)이라고 지어줬어요. 봄이 그냥 계절의 봄이 아니고 V, O, M예요. Viewfinder Of Mind. 마음을 바라보는 카메라 창이라는 뜻이죠. 그리고 앞에 바라를 붙여서 바라봄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죠. 바라본다는 뜻의 명사형이기도 하고, 따뜻한 봄을 바라본다는 뜻도 있죠. 이름은 잘 지은 것 같아요.

 

-처음에 원 플러스 원프로젝트를 듣고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누구든지 와서 촬영을 하시면, 다른 분(장애인과 소외계층)에게 사진을 원 플러스 원으로 찍어드림으로써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죠. 요즘은 방송 매체 등에 많이 알려지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이왕이면 여기서 찍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제가 그 분들(소외계층 분들)의 사진을 기부한 분에게 보내드려요. 그리고 기부한 분에게 감사 메시지도 보내요. 예를 들면 이 분은 교수님인데(문자를 보여주며) 여기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촬영비를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1+1’인 사진을 찍었다고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그분이 감사하다고 저희한테 보내온 문자를 교수님께 다시 보내드려요. 그러니까 이 교수님이 이렇게 간단하게 좋은 일에 동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탐스(TOMS) 알죠? 내가 신발 사면 다른 사람에게 신발이 간다는 것. 누구에게 가는지는 모르잖아요. 그런데 바라봄에서는 내가 찍은 것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아는 거죠

 

-사진을 가지고 기부하는 방법이 신선하네요.

 

:신선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또한 좋은 쪽으로 진화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창의적, 지속가능하고 진화가 되는 프로젝트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사진이라는 매개로 단순히 찍어 드리는 걸 넘어서려고 많이 고민하죠.

 

-기업과 함께 사회 공헌 활동도 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포스코, SH공사, 하나투어와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어요. SH공사는 서울시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곳인데 그곳의 입주자들에게 사진을 찍어 드리는 일을 해요. 그리고 포스코는 임직원들이 자원봉사를 많이 하는데, 연탄 배달이나 김치 담그기 등과 같은 일회성 봉사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사진을 배워요. 그리고 그렇게 배운 재능을 갖고 소외된 지역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 드리는 일을 같이해요. 하나투어는 여행회사이고, 그곳의 사회적 책임은 저소득층인 분들에게 여행을 보내 드리는 일이겠죠. 장애인분들을 우리가 모시고 가면서 사진을 찍고, 그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농촌 마을 분들의 사진을 찍고 인화해 주는 일을 우리와 같이했어요.

 

-비영리 민간단체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시나요?

 

:비영리라고 해서 돈을 벌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돈을 벌어서 제대로 쓰면 되는 거죠. 우리는 수익사업도 하고 있어요. 또한, 400만 원 정도의 후원을 매달 받고 있고, 500~600만 원 정도의 촬영 수입을 내요. 기업체나 타 단체 행사의 촬영을 가기도 하고요. 그리고 취미로 배우는 분들을 위한 사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진관의 수익사업 중 하나이기도 해요.

 

-최근에 새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해 왔던 것들이 진화하는 단계예요. 물론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진화할 수 있으면 완성체가 된 거겠죠? 예를 들면 작년부터 해 왔던 오로라 프로젝트’ (부제: 선물 같은 하루)가 있는데, 우리는 보통 사진관 갈 때 머리도 손질하잖아요? 그런데 마침 근처 미용실에서 사진 찍으시는 분들의 머리를 손질해 드리겠다는 제의를 하셨고, 그리고 앞 동네 카페에서 음식을 대접하겠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머리하고 사진 찍고 식사하는그런 프로젝트를 작년 초에 만들었어요. 그래서 매달 한 가족씩 선정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진화해서, 올해부터는 집안 환경을 돌봐주는 회사가 같이 하자고 해서, 그 회사도 같이 하게 되었어요

 

-‘오로라프로젝트4개의 회사가 함께 하는 거군요?

 

:그분들에게는 하루가 선물이잖아요. 하지만 더 많은 회사가 참여 가능하기 때문에 더 풍성해지겠죠.

 

 

오로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머리 손질을 받고 있는 손님. 사진/바람아시아

 

 

‘우리 딸 머리하니 예쁘다“ 아버지가 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바람아시아

 

 

-대표님께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업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원래 나눔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20년 동안 IT 회사에 다니면서 봉사나 기부를 많이 해본 적은 없지만, 생각은 늘 하고 살았죠. 제가 누리는 환경은 제가 잘나서 그런 것보다는 사회에서 뒷받침된 것이고, 그런 사회에 언젠가 돌려줄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살았지만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취미였던 사진이라는 도구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무엇이든 하게 된 거죠.

 

-장애가 있는 분들을 찍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지적장애인분들은 눈 맞춤이 안 될 수 있고, 신체장애 분들은 자세 잡기가 불편하다거나 그런 게 있겠지만, 기왕 사진관을 만들 땐 충분히 감안하고 한 거라 그리 어렵지가 않아요. 그리고 일반 사진관처럼 빨리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와서 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고요.

 

-요령이 생기나요?

 

:요령은 딱히 없어요. 그리고 그 요령이라는 것 자체가 편견이에요. 우리가 왼손잡이인 사람을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죠. 편견도 없죠. 그러니까 그분들도 조금 달리하는 것이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편견만 안 가지면 비장애인 중에도 그런 식으로 눈 맞춤이 안 되는 사람 많이 있어요. 그리고 잘 웃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요. 똑같은 것으로 생각해요. 그분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하면 큰 문제가 없죠.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인가요?

 

:사진을 찍기 어려운 분들에게 사진을 찍어드리는 것에서 나오는 보람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죠. 처음엔 저도 그렇게 알고 시작한 거고. 그런데 점점 어떤 생각이 들었냐 하면, 제가 이런 일을 하면서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한다는 얘기는 제 생각에 동참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동참이 점점 넓어져 가요. 이렇게 해서 사회가 미약하게나마 따뜻해 져 간다는 걸 느낄 수가 있는 거죠

 

-사명감이나 봉사 정신으로 이 일을 지속하고 계신 건가요?

 

:아뇨, 절대로요.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기는 힘들어요. 저는 재미가 있어서 한 거예요. 시작 자체도 그 재미로 한 거고. 일반적으로 사명감은 무엇인가를 희생하는 거죠. 물론 사명감이 없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사명감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재밌어서 하고 있어요.

 

 

사진/바람아시아

 

 

-마지막으로 이 글의 주 독자층인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요즘에 사회적 경제에 대해 말을 하는데, 사회적 활동을 해도, 정부의 지원이 있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서 유지가 되면 괜찮겠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니에요. 사람들이 말은 사회적 경제라고 하는데 여전히 대기업 위주의 토대에 있죠. 사회적 기업이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런데 미래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 하죠. 누가 대기업을 양성했나 하면 우리 세대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그러고는 청년 세대에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죠. 어쨌거나, 하기는 해야 하니까.


-지금 청년들이 살고 보자는 것이 너무 급박해서 사회적인 어떤 활동을 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굳이 지금 엄청난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있는 걸 하면서 좋아하는 걸 찾다 보면 도움이 되겠죠. 취직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쪽에 귀를 열어두는 거죠. 이런 것(인터뷰)도 사회적 경제인 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잖아요. 끊임없이 귀를 열어두다 보면 언젠가는 내 것이 되지 않을까요?

 

바라봄 사진관의 홈페이지는 감사를 전하는 사람들, 즐겁게 기부하는 사람들의 소식들로 가득하다. 무료로 촬영하면서 오히려 그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하는 아이, 사진 너머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신랑 신부의 얼굴을 보면 내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종민 대표의 웃음이 그렇게 밝아 보이는 이유도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수많은 행복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윤유진 바람 저널리스트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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