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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군의 넋을 온전히 기리는 길
2016-06-15 06:00:00 2016-06-15 09:06:54
조용훈 사회부 기자
김군이 세상을 떠났다. 구의역 '9-4 승강장'을 수리하던 열 아홉살 청년은 사고 직전까지 연신 고개를 돌리며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열차를 확인했을 것이다. 김 군은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쫓기듯 일했다. 사고가 났던 당일에도 구의역에서만 59건의 오작동과 고장이 있었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세 시간 만에 부랴부랴 사고원인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김군이 2인 1조 작업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나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그 다음이다. 9개월 전 강남역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서울메트로는 2인 1조 작업수칙을 확인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김 군이 사망한 날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메트로가 약속을 지켰다면 김 군은 살았을 지도 모른다.
 
여론이 들끓자 서울메트로는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재탕에다 실효성도 없었다. 대책 중 자회사 설립방안은 김군 사망 전 이미 이사회 의결을 통과한 내용이다. 강남역 사고 이후 내팽겨 쳤던 2인 1조 작업규정 약속을 또 다시 대책이랍시고 내세웠다. 그 어디에도 제2의 김 군을 만들지 않겠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서울시 산하기관장 임명권을 가진 박원순 시장은 시 차원의 재발방지대책과 강도 높은 진상규명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오히려 여론의 빈축을 샀다. '메피아'라는 조직적 부조리가 이번 사고의 근원으로 지목됐지만 박 시장도 김군 사망 전까지 메피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모르니 일반 시민들이 몰랐음은 물론이다. 박 시장도 시민도 누가 메피아인지 모른 채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한 셈이다.
 
그러나 진짜 메피아가 서서히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를 거쳐 간 사람들이 방만한 서울메트로의 운영을 키워 오늘의 사건을 만든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그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서울메트로 수뇌부에 있으면서 아예 깜냥이 안 되는 유진메트로컴, 은성PSD에게 스크린도어 설치 등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당시 결정권자들인 강경호, 김백준씨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들이 출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증언대에 세워 메피아의 뿌리를 끝까지 추적해 완전히 뽑아내야 한다. 그것이 김 군의 넋을 기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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