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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貪食)
오늘 부는 바람은
2016-08-04 09:20:51 2016-08-04 09:20:51
아, 하고 간밤에 참아왔던 숨을 틔워내면, 어김없이 허기가 몰려온다. 
5시 30분.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시린 새벽이 입김을 불어 넣는다. 아르바이트에 늦지 않으려면 6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시간은 어김없이 촉박하다. 허둥지둥 준비를 마치고,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털며 현관문을 나선다.
 
늘 그렇듯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게 안에 달린 시계는 벌써 12시를 가리킨다. 물론 여전히 공복이다. 뭐 좀 먹어야지? 편의점에서 맛있는 거 사 와. 빳빳한 만원을 받아들고 바로 옆 편의점으로 향한다. 식대는 4000원 미만, 암묵적인 철칙이다. 3300원짜리 즉석 카레라이스를 챙긴다. 작은 비닐팩 안에 든 인스턴트 김치도 눈에 띈다. 먹음직한 노란 카레에 매콤한 김치를 올려 입으로 넣는 상상을 하니, 뱃속이 요동친다. 인스턴트 김치는 1600원, 3300+1600=4900, 김치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계산대로 향한다. 안면을 튼 편의점 알바생과 반갑게 인사한다. 
 
오늘은 안 바빠요? 바쁘죠.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오.
 
가게로 돌아와 밥을 몇 숟갈이나 떴을까, 시원한 커피를 마시려는 손님들이 밀려들어온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싱크대에 버린다. 맛을 다 음미하지 못한  카레가 못내 아깝다. 대충 입을 헹구고 계산대 앞에 선다. 손톱을 물어뜯는다. 희미하게 배어오는 침 냄새에 샛노란 허기가 차오른다.
 
먹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지하철 안. 스마트폰 화면 속에는 먹음직한 음식들이 가득하다. 바삭한튀김옷을입은돈가스와 윤기가 흐르는연어초밥과 치즈가 잔뜩 들어간 커다란 피자와 폭신한 초콜릿 무스케이크 화면을 통해 음식들을 탐한다. 9608명이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사진 밑으로는 먹고 싶다, 맛있겠다는 짤막한 글들이 낙서처럼 늘어진다. 다들 오늘 하루 어땠나요. 식사는 하셨나요. 돌아오는 건 9608개의 허기. 하나 둘 더 늘어난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연다. 차곡차곡 비닐랩에 포개어진 얼린 밥을 해동한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본 도톰한 초밥이 어른거리지만 애써 지운다. 통장잔고는 어김없이 제 허기를 토해낸다. 월급날까지는 15일이 더 남았다. 무말랭이와 양파장아찌를 꺼내 TV 앞에 앉는다.
 
사진/3대 천왕 SBS 캡쳐
 
먹는다
 
여기도 저기도 모두들 먹기에 바쁘다. 탐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내고 둘러 앉아 그것을 먹어 치운다. 카메라가 기름진 음식을 비춘다. 패널들과 방청객들은 탄성을 내뱉는다. 또 다른 사람들은 국내외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들을 최대한 먹방스럽게  입 안에 쑤셔 넣는다. 보기에도 매콤한 음식들을 한 입에 뚝딱 해치운다. 어느새 내 밥그릇도 비어있다. 화면 안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물끄러미 쳐다보다 문득 궁금해진다.
 
오늘 바빴나요?
식사는 하셨나요?
 
 
 
이지윤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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