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비식별화 실효성 논란…"법제화 필요"
법적효력 없어 기업들 '문제 생길라' 부담…법 위반 가능성도 높아
2016-08-04 16:33:10 2016-08-04 16:33:1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개인정보를 암호화하거나 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비식별 처리한 '비식별 정보' 활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인정보법 개정 대신에 유권해석 차원의 비식별 정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 기업이 실제로 비식별 정보를 활용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의도치 않게 개인정보법 위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는 16일 국회에서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지닌 기술적인 문제점과 법적 실효성에 관한 논의가 벌어질 예정이다.
 
경실련은 개인정보의 범위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기업이 안심하고 빅데이터 사업에 개인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박지호 경실련 간사는 "개인정보법 개정이 핵심이기 때문에 의원실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진행하게 됐다"며 "현행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법이 아니라 법에 관한 해석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그러나 국회와 전문가, 기업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안을 내놔야지 독단적인 태도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지난 6월30일 행정자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보보호와 관련된 부처들이 합동으로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사전검토-비식별조치-적정성평가-사후관리로 이어지는 가이드라인만 잘 지키면 '개인정보 사용 금지 조항'과 무관하게 기업이 비식별화 된 개인정보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정보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데이터 활용과 개인 정보보호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내외 보안 전문가들은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의 실효성과 보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제화가 안되면 오히려 개인정보 범위 등이 모호해 관련 법 위반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의 쟁점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제화를 통한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개인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한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EU 보안 전문가들도 지난달 18일 행정자치부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한-EU 개인정보 보호 세미나'에서도 같은 지적을 했다. 당시 브루노 젠카렐리 EU 집행위 개인정보보호과 과장은 "빅데이터는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고 니즈도 많지만, 미래에 대한 신뢰를 위해 강력한 데이터 보호법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관한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법상 허용범위 내에서 정보 사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해준 것"이라며 "기업이 정보 이용에 명확한 기준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