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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생존기)③"살아남으려면 먼저 스스로 변해라"
자기만의 색깔 찾고 물류혁신 도모해야
표준공급률 산정해 혼란 줄일 필요도 있어
2016-08-08 16:00:02 2016-08-08 16:00:02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동네서점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문학 전문 서점, 시 전문 서점 등 골목 곳곳에서 문화를 담은 작은 서점들이 문을 열며 독자들을 불러오고 있다. 동네서점의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서점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년 전 5000곳 이상이었던 전국 서점은 경영난으로 현재 1500곳으로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서점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서울시 등 지자체가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통과시키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독서인구 감소 및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네서점의 진짜 르네상스를 위해서는 먼저 서점들이 스스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존과 발전을 위한 서점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다시금 지역서점이 동네 문화의 거점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자료사진/뉴스1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서점인들 스스로가 변화된 환경 속에서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책에 대한 안목과 기획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며 "강연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들이 서점에 자주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점이 자발적으로 지역문화 활동을 하면 지자체의 지원을 유치할 명분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도 도서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동네서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중앙정부도 도서정가제 강화와 서점 입주 건물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초 전 세계의 특색 있는 서점 22곳을 돌아본 여행기 '세계서점기행'을 펴낸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서점들이 스스로의 색깔을 낼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모든 책을 다 가져다 놓을 수 없는 만큼 문학, 인문학 등으로 특화해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점은 기본적으로 담론공간으로 좋은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면서도 "서점 운영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버리고 책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서점 운영에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복 한길서적 대표는 "동네 서점이 근본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물류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네서점은 규모가 작아 자체 물류망 없이 도매상이나 물류전문회사를 통한다. 이 경우 일부 책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거나 도매 공급률이 일방적으로 인상될 경우 경영에 타격을 입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시스템 하에서는 동네서점들이 필요한 책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서점들이 연합해) 거점물류나 거점배송을 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서점뿐만 아니라 출판 쪽도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표준공급률표를 도입해 관행적으로 정해지던 공급률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부 학습서의 경우 과거 교사에 대한 리베이트 관행이 있을 때 책정된 높은 공급률이 유지되고 있다며 학습참고서와 단행본을 모두 포함해 출판사가 원가를 산출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소비자의 입장도 고려해 각 유통채널별로 적정한 표준공급률을 산정해 자율협약 방식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착한 가격을 기준으로 도매상과 지역서점, 온라인서점 등 각 채널의 최저 공급률과 최고 공급률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시장의 혼란을 없애고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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