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장+)LG의 재기작 'V20'…수천번 테스트로 완성
최고수준 내구성 '자신'…G5 수율 실패 반복없다
2016-10-20 14:00:38 2016-10-20 16:03:00
[평택=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가 혁신이란 찬사 속에서도 참패하며 고개를 숙였던 LG전자가 'V20'을 들고 돌아왔다. 수천번 테스트로 최고 수준의 내구성을 구현한 만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적자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조직개편 등 질책을 받았던 MC사업본부의 재기 여부가 V20에 달렸다.
 
일단 출발은 좋다. 20일 LG전자에 따르면 V20은 출시 직후 목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오는 28일(현지시간)에는 최대 전략시장인 북미에 출사표를 던진다. 때마침 프리미엄 시장의 최대 기대주로 주목 받았던 갤럭시노트7이 잇단 발화사건에 휘말려 조기 퇴장하면서 우호적인 시장 환경도 조성됐다. '듣고 보는 즐거움'을 위해 기본으로 돌아갔다는 LG전자의 결정이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더 이상의 변명 여지도 없어졌다.
 
그 중심에 LG전자 제조복합단지 평택 디지털파크가 있다. 지난 1984년 금성사 라디오 공장으로 시작한 디지털파크는 10월 현재 HE사업본부, MC사업본부, VC사업본부, 생산기술원, 러닝센터 등 LG전자의 핵심 사업부들이 모두 들어서 있다. 근무 인원만 협력사를 포함해 1만여명이다. 이중 G2동은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거점이다. LG전자는 중국 옌타이, 칭다오, 베트남 하이퐁, 브라질 띠우바테 등지에서도 휴대폰을 생산하지만, V20은 평택 디지털파크에서만 만들어진다. 기자가 생산라인을 찾은 19일에는 전체 23개 라인 중 6개 라인에서 V20을 생산 중이었다. 1개 라인의 일평균 생산량은 4000대 정도다.
 
덧신과 방진복을 착용하고 들어선 G2동 4층 조립라인의 첫 관문은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워시룸이었다. 강력한 바람이 몸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내는 과정을 거치자, 약 5000㎡의 넓은 공간에 열을 맞춰 늘어선 23개 조립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생산 라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평택 공장 ‘LG 디지털 파크’에서 V20를 생산하는 모습. 이달 말 V20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LG전자 직원이 V20 생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최종 조립라인에서는 제품의 조립부터 검사, 포장까지 생산의 10여가지 공정이 한 번에 이뤄진다. 이중 절반 이상이 테스트 과정이다. 모듈화된 부품을 조립해 세트를 만들면서 각종 기능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총 길이 27m의 조립라인 중 10m가량의 공간에서 모든 생산제품을 대상으로 수백가지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마이크, 스피커, NFC 등 기본적 부품 특성을 확인하거나 각종 센서, 터치 드로잉 등의 테스트는 이미 자동화됐다. 또 사진·동영상·LCD 디스플레이 등 사용자의 관점에서 감성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검사는 2~5명의 작업자가 동원된다. 
 
생산과정에서의 엄격한 품질관리는 제품 개발 단계의 테스트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조립 라인의 한 층 아래에는 제품인정실이 있는데, 모든 휴대폰 신제품은 이 곳에서 진행되는 수천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제품별로 약 5000시간 동안 여러 가혹 조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 성능을 테스트한다. 테스트에 사용된 제품은 용도를 다하면 전량 폐기된다. 
 
테스트는 낙하, 충격, 구부리기, 비틀기 등 내구성 항목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소비자의 실제 사용 조건보다 훨씬 악조건의 상황을 가정해 품질을 검사한다. 여러 시험 중에서도 메탈과 알루미늄,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 등 충격흡수에 강한 소재를 사용한 V20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낙하시험에 보다 많은 관심이 갔다. 
 
LG전자 연구원이 제품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해 내구성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낙하시험은 1m 높이의 투명 사각통이 반복 회전하며 제품에 충격을 주는 '랜덤 낙하시험'과 일정 높이에서 자유 낙하를 시켜 특정 부위에 충격을 가하는 '일반 낙하시험' 두 가지로 진행된다. 가장 혹독한 시험으로 꼽히는 랜덤 낙하시험은 무작위 방향으로 수백회 충격을 준 뒤 외관, 성능, 앱기능 등을 면밀히 살핀다. 최대 2m 높이에서 낙하를 시킬 수 있는 일반 낙하시험은 장판, 원목, 대리석 등 일상 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바닥 재질보다 강력한 철판에 제품을 내던진다. 측면 코너나 액정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수차례 충격에 노출시켰지만, 요란한 소리 말고는 별 다른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LG전자 연구원이 V20(붉은색 원안)를 바닥에 깔린 철판 위로 떨어뜨려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밖에 제품인정실에서는 오디오나 카메라 성능이 기준을 만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어보며 정성평가를 진행한다. 또 제품의 기대수명을 가정해 AP나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한계치를 측정한다. 
 
이병주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전무)은 "품질 최우선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개발과 생산, 포장 등 모든 단계에서 철저하고 집요하게 제품을 검증한다"고 말했다. 절치부심한 LG전자의 준비는 끝났다. 평가는 시장의 몫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