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제윤경 "금융사, 서민대상 약탈적 행태 지속하면 자신도 위험"
"유통업계 본사 갑질문제 등 여전…무리한 행태 막기위한 법 마련할 것"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진실된 선택"
입력 : 2016-11-06 16:54:09 수정 : 2016-11-06 16:54:09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국회 들어오기 전부터 스스로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항목이 있다. 집요함이다. 될 때까지 파고, 어떤 사안이든 놓지 않는다. 문제제기만 하고 끝내지도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스스로에게 내놓은 평가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그의 주요 관심사는 금융사들이 판 부실채권을 매입한 일부 대부업체들이 채무자를 대상으로 무리한 추심을 하는 상황을 막는 일이었다.(그는 시민들의 모금을 바탕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한 후 소각하는 방법으로 채무자를 구제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에 몸담고 있던 중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제 의원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서민금융 문제는 물론 편의점 등 유통업계 본사의 고질적인 ‘갑질’ 문제, 주택연금 제도의 고가주택 소유자 우선보호 문제 등에 대해서도 피감기관에 질의를 쏟아냈다. 지금은 국감 당시 지적된 문제들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법안을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제 의원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문제에 대해 “본인이 국정운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나”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서민금융 문제인식, 굉장히 안일
 
올해 금융위 국감 시작 전 목표를 ‘폭로나 문제제기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솔루션(정답)이 나오도록, 너무 시급한 일은 해결하는 것’으로 잡았던 제윤경 의원은 국감 후 느낀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각종 문제들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시민단체, 혹은 국회의원 한 명이 정리하고 있는 것보다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채무조정 여지가 충분히 있는 채권에 대해 (금융사들이) 마구잡이로 담보권을 실행하는 점을 묻자 금융위원장이 놀라워하는 것을 보며, 안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됐다.”
 
그는 국감 당시 내놨던 질문과 평소 문제의식을 인터뷰에서도 쉬지 않고 설명했다. 빚을 갚기 어려운 서민들에 대해 채권단이 압류 등 담보권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아무런 대항력을 갖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예를 들었다. “호주는 ‘신용소비자보호법’에 의거해 3개월 간 채무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도 적어도 2개월 정도의 채무재조정 기한을 두고, 상환 플랜을 세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빚을 갚기 어렵다고 바로 담보권을 실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 국감에서 제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2개월만 연체돼도 담보권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체 4개월 내에 담보권이 실행된 비중이 49%에 이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 의원은 이런 ‘약탈적 금융’의 행태가 지속될 경우 채무자는 물론 금융사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은행들은 얼굴을 바로 바꾼다. 순식간에 ‘비 오는데 우산 걷어가는 식’으로 담보권을 행사하면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고, 은행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채무자의 채무재조정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제윤경 의원은 "일부 금융권의 '비 오는데 우산 뺏는식' 행태가 지속될 경우 자신들에게도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일부 대부업체들 사이에 현행 연 27.9%로 정해진 법정최고이자율을 상회하는 대출이 남아있는 것도 제 의원은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과거 최고 이자율을 적용해 계약했던 것을 유지·연장하는 식이다. 최고 연 45% 이율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등이 나서서 정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리 연 35% 이상의 고금리 채권이 돌아다닌다.”
 
주택금융공사가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도 주택연금을 적용하겠다고 한데 대해 그는 "부유층의 사소한 문제도 이렇게 꼼꼼히 챙기는 것을 보며, 자신(관료)들의 존재기반을 상위 5%에서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주택금융공사의 노후상품인 주택연금 수령자 중 6억원 이상 주택보유자의 87%가 월 150만원 이상의 연금, 전체 주택연금 가입자들의 82%는 150만원 이하의 금액을 수령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주택연금은 미래 손실을 전제하고 설계한 것이다. 손실을 전제함에도 이런 상품을 만드는 것은, 서민들이 삶의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안전망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은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신용소비자보호법 등으로 서민금융문제 돌파구 마련
 
국감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부업체들의 고금리 대출상품 유지문제와 관련해 아프로파이낸셜대부·OK저축은행 등이 소속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달 18일 대부잔액 축소와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법정금리 초과대출 금리인하 등이 담긴 ‘서민금융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2500여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최대 7만명 가량이 혜택을 볼 예정이라는 것이 제 의원의 설명이다.
 
채무자들이 항변권을 갖고, 압류 등 너무 무리한 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가칭 ‘소비자 신용에 대한 법률안’도 준비 중이다. 납부하는 이자가 원금액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보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더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독립성 제고와 낙하산 임원 방지를 위한 ‘한국산업은행법·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각 은행에 독립적인 임원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제윤경 의원은 국감에서 지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칭 '소비자 신용에 대한 법률' 등을 준비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유통업계 본사 갑질문제, 이대로 두면 안돼
 
그는 편의점 등 유통업계 본사의 이른바 ‘갑질’ 문제도 “굉장히 약탈적”이라고 지적했다. “본사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들도 이익을 내도록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자기 인테리어 바꾸라고 하고, CI·BI 바꾸며 그 비용도 걷고, 동네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30만원짜리 물품을 130만원에 억지로 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바르다김선생’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던 제 의원은 “특히 이곳이야말로 가맹점주들을 강탈하고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구조”라며 “국감에 출석하라고 했더니 ‘고문’이라는 이름의, 전직 정치권 인사 등을 동원해 전화하고 하는 일은 그만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야
 
최근 ‘최순실 게이트’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하야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 가운데, 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30여명의 의원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최순실씨를 비롯한) 비선을 뽑은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극히 사적인 관계에 의존해왔다는 것은 스스로 자질이 없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4년 가까이 남에게 의존해 국정운영을 해온 분이 임기 1년 남겨놓고 갑자기 리더십이나 지도력이 생길 수 있겠나. 앞으로 잘해보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나. 그간 국정운영을 대신했다고 볼 수 있는 분이 자질을 갖춘 사람도 아니지 않나. 그런 사람에게 자문 구했던 대통령에게 우리의 국운을 맡겨야 하나. 최소한 2선으로, 나아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가장 진실된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에 내정한 것도 “야당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과 친한 사람을 내정했으니 조용히 하라는 식으로, 야당은 물론 국민까지 우롱한 것이다. 아직까지 사태인식이 안되고 있다.”
 
남은 3년 반, 최소한의 변화라도 이끌어낼 것
 
그는 남은 3년 반의 국회의원 임기동안 ‘많은 것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변화는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면이 최순실씨 문제로 고조되고, 내년에는 대선까지 있는 마당에 어느정도 법안을 내고 통과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변수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정부·여당과 싸울 것은 싸우고, 설득해서 현실적인 성과를 내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제 의원은 이날 인터뷰 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문제 등을 정부와 논의하기 위해 세종시로 내려갔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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