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제 밀어붙이는 임종룡, 금융권 반발 확산
경제부총리 후보 낙마 분위기에 금융권 안정보다 군기잡기 지적
은행들 "실제 도입은 불투명…도입 방침만 의결한 것"
2016-12-13 15:55:54 2016-12-13 16:12:25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부와 정치권에서 현 경제팀(유일호 경제부총리·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유임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후 사흘 만에 시중은행들이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사실상 경제부총리 후보에서 낙마하는 분위기여서 금융시장 안정보다는 금융권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과 SC제일·씨티·농협 등 총 7개 은행은 전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의결하면서 은행권 노동조합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주 초까지만 하더라도 노조와 논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시중은행들의 시나리오에 없었다. 한 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탄핵이 가결되던 지난 주 초엔 금융당국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정보 활동은 있었지만,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이 가시화되던 지난주 후반부터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들이 일제히 행동에 나섰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이 기정사실화 되고 임 위원장의 유임으로 가닥이 잡히자 금융당국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탄핵정국 직후 임 위원장의 금융위원장직 유임이 기정 사실화되는 시점에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은행권 공동으로 이사회 의결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당시 탄핵 직후 금융위원회 간부회의에서 임 위원장은 시장 안정과 민생 우선을 주문하면서 성과중심 문화 정착 등 금융개혁 추진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은행권에 일괄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간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사전조율 작업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8월 개별 협상을 이유로 대형은행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이후 사용자협의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
 
시중은행 이사회에서 의결한 성과연봉제안은 최장 오는 2018년까지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노조와의 논의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앞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다짐만 합의한 셈이다.
 
성과급 비중 확대폭은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직급별 개인별 평가기준은 노사 합의를 거쳐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각 은행별 노사 태스크포스(TF)는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탄핵정국에 금융시장 안정을 목표를 두기 보다는 금융권 군기잡기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당장 민간 은행과 노조 사이에서는 소송전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
 
앞서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도 노조와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가 소송전에 휘말렸다. 이들 국책은행 노조들은 성과연봉제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제기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말쯤 성과연봉제 시행을 결정한 이사회 의결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국책은행 노조의 가처분신청 결과가 나오는데,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 전에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당과 금융노조는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기습 도입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이를 기습 강행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등과 각 은행 노조 대표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며 공기업의 불법적 이사회 의결을 주도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정혼란을 틈타 민간은행까지 불법적 성과연봉제 이사회 의결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 즉각 퇴진, 그가 재직기간에 벌인 수많은 불법 노동개악에 대한 엄중 수사도 함께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중은행 불법 이사회 의결을 강행한 은행장들을 강력 규탄하며 즉각 원상회복시킬 것을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기원 고용노동부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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