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승구 이사장 "방사선, 암 등 질병 진단…인류 생명 연장에 기여"
원자력·과학계 40년 몸담아…"원로들 과학기술 발전 위해 역할 더 커져야"
"원전 수출하는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 수준급"
입력 : 2016-12-25 11:43:50 수정 : 2016-12-25 11:43:50
[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이승구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이상장은 지난 2003년 과학기술부 차관을 끝으로 30년 몸담았던 공직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학기술인의 위치에서 원자력정책전문가로 '씽크 탱크'역할을 왕성히 하고 있다. 
 
그가 과학기술처로 입사했던 1972년은 이제 막 한국이 과학 발전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던 때였다. 한국의 모든 과학 역량이 집중된 대덕연구단지가 이제 막 조성을 앞두고 있었고, 이 이사장은 공직에 몸 담은 직후 곧바로 이 업무에 투입됐다. 이후 국립과천과학관 건립,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학기술공제회 등을 설립하며 과학 발전 과정에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한국의 원자력이 태동하고 발전을 이뤄가던 시기에 공직의 절반을 원자력 분야에서 보내며 한국 원자력 발전과도 그 궤를 했다. 한국 과학 발전의 산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서울 원자력아카데미에서 만났다.
 
-한국의 과학계가 발돋움하던 70년대에 과학기술처에 입사했다.
 
1972년 대학을 졸업하고 후 과기처 7급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솔직히 당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과기처 구분도 잘 못하던 시절이었다. 단지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과기처에 들어와서 처음 맡았던 일이 현재 대덕 연구단지의 부지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당시 연구단지 조성의 후보는 4개 지역이 대상이었다. 현재 오송·오창, 이천, 구미, 그리고 대덕이었다. 
 
-당시는 정부에서 국가 발전 정책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의 주도로 강력하게 과학 발전에 대한 드라이브가 걸리던 시절이었다. 대덕에 연구단지 조성이 결정된 이후 첫 번째 설명회가 열리던 날이었다. 지금의 표준과학연구원과 중심 도로가 조성되고난 뒤 박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현장을 보고는 연구소는 별로 없고 도시개발부터 했다고 호통 쳤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만 하던 나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대덕연구단지 조성 이후 과학기술풍토 조성 업무를 맡았다. 기술사무관이 된 이후 기획담당사무관을 맡은 것이었다. 대통령 연두순시업무를 진행했다. 당시 대통령은 확인행정이라는 것을 했다. 연초에 대통령이 직접 부처를 방문해 보고를 받던 시절이었고, 이를 준비하고 보고하는 역할이었다. 자연스럽게 정부의 정책 전반을 알게 됐고, 이후 미래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됐다. 
 
-공무원 임기의 절반은 원자력 분야에서 보냈다. 
 
원자력 분야에서만 15년을 있었다. 정책담당사무관을 거쳐 원자력 발전소 인허가와 규제를 담당했던 원자력과장, 원자력정책과장, 안전심사관, 원자력국장까지 지냈다. 당시는 한국에서도 원자력이 발전을 거듭하던 시절이었고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던 시기였다. 국내 최초의 자립형 원전인 영광 3·4호기 인허가 문제도 담당했었다. 영광 3·4호기는 국회에서도 큰 이슈가 됐었다. 영광 3·4호기부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원자력의 안전에 대한 문제도 불거지던 때였다. 그 때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도맡아 준비했다. 장관 뒤에서 모든 내용을 설명하던 시절이었고, 스스로도 원자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원자력 전문가임은 분명하다.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안전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원자력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좋은 원자로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자로는 가압 경수형 원자로(PWR)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자로로 알려져 있다. 세계 원전의 60% 이상이 이 방식이며, 한국도 월성을 제외한 모든 발전소가 가압 경수형 원자로를 채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큰 원전 사고 발생은 모두 3번이다. 러시아 체르노빌과 미국 TMI, 후쿠시마 사고다. 미국 TMI 원전은 한국과 같은 PWR방식을 이용하고 있고, 3개 원전 사고 가운데 외부로 방사능 유출이 없었던 유일한 사고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다. TMI 원전 사고는 업계에서는 설계기준 사고라고 부른다. 안전설계 안에서 모든 조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체르노빌은 운전 중인 발전소에 무리한 시험을 하다가 발생했다. 원자로 정지 후 테스트 도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원전의 안전 설계와는 거리가 있다. 후쿠시마도 마찬가지다. 정말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다. 지진에 완벽히 대비했지만 쓰나미가 올 것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한국은 쓰나미 발생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인 지진을 가장 많이 연구한 시기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허가 시점이다. 게다가 후쿠시마 이후 안전 대비책이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불안감이 크다. 
 
국민적 인식이 후쿠시마 이후 너무 좋지 않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원전의 산업경쟁력, 운영능력, 성능, 안전, 관리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UAE 해외 수출도 이런 기반에서 이뤄졌다. 미국의 경우 최고 60년까지 원자로를 운영한다. 40년 운영한 고리 1호기도 정지는 해외에서 고개를 갸우뚱 할 일이다. 한참 더 운영이 가능한 원자로를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고리 1호기는 더 운영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철저한 안전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결국 정치적인 논리가 원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력과 상태를 논하기에 앞서 사회적 인식과 의견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원전에 좋지 않은 시선들이 원자력업계 전반의 침체를 불러오진 않을까 걱정이다.  
 
-원전 안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얼마 전 후쿠시마에 초정 돼 재염현장 평가를 했다. 후쿠시마 처럼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면 절대 원전을 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염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직 자연방사능의 3배 정도가 측정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사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다. 먼저 원전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올바른 이해 뒤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동차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게 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자력안전카데미도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크게는 법적으로 원자력 종사자들이 받아야 할 법정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다. 대학과 병원 등 관련 종사자들이 대상이다. 그리고 초·중·고를 대상으로 방사선 이해교육을 하고 있다. 원자력을 정치적·사회적 문제로만 인식하기 이전에 스스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례로 방사선은 성장요소 가운데 하나기도 하고 방사선을 알게 되면서 인류의 생명 연장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암이나 질병 진단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정부의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주력으로 다룰 수 있는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 당장 현안에만 너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금은 과학기술인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 과학기술, 원자력, 에너지 등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초를 다져나가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튼튼한 토양 위에서 열매가 열린다. 튼튼한 토양이 바로 과학기술인이다. 과학자들의 위상을 높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씽크탱크가 필요하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원로들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구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이사장. 사진/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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