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입주대란 전 자서대책 마련해야
입력 : 2017-01-09 08:00:00 수정 : 2017-01-09 15:57:5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전국건설기업 노동조합은 얼마전 자서분양 관련 제보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한 단지에서 중견 건설사 모 직원이 자의 여부 확인서 발급 없이 자사 분양물량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자서 분양이란 제때 팔리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를 자사 임직원에게 강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직·간접적인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건설사 임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을 받는 일이 많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건설사 임직원이 자사 물량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 중도금 대출을 신청할 때 건설기업 노조로부터 자의 여부 확인서를 발급받아 오도록 했다. 건설기업 노조는 이 과정에서 회사에 의한 강압은 없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분양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회사에 의한 강매보다는 투자나 실수요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사 분양 물량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분양 시장이 좋을 때는 특별히 자서분양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일이 적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건설사의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유동성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건설·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입주대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5~20162년간 100만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분양된 이후 입주시기가 하반기부터 한꺼번에 몰리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자서분양 방지 대책은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도금 대출 시 은행에서는 재직정보를 알 수 있는 4대보험이나 건강보험에 대한 서류를 요구하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험 관련 서류 제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소득금액증명원 등 기타 수입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직원이 직접 국세청에 분양자의 직장정보를 확인해야만 한다. 하지만 은행 직원이 자서분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확인 절차를 무시할 경우에는 일반 분양자와 동일하게 중도금 대출이 진행되는 것이다.
 
또 시공사나 시행사 임직원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하청업체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 은행이 분양자 가족정보를 모두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서분양을 막기 위해서는 촘촘한 정책은 물론 이를 실행하는 기관들의 이해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장치는 마련됐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가르침이다.
 
올해와 내년 2년간 전국에서는 80만가구에 달하는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다. 모든 아파트가 예정대로 제 주인을 찾아가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의 환경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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