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같은 의약 문화·발자취 지키겠습니다"
(인터뷰)이경록 한독의약박물관장
보물 6점 등 2만점 수집…한국 의료사 '한눈에'
전문박물관 효시…"문화명소로 자리잡을 것"
입력 : 2017-01-10 06:00:00 수정 : 2017-01-10 09:42:28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한 한독의약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이자 전문박물관이다. 국내 대표적인 제약사 한독의 문화재단인 한독제석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동의보감 초간본을 비롯한 보물 6점 등 유물 2만여점을 보유하고 있어 의약 박물관으론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의약 발전의 역사와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해 매년 1만명 이상이 한독의약박물관을 방문한다. 이경록 관장은 2004년부터 한독의약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이 관장은 우리나라 의약 문화를 계승하고 종합문화공간으로서 열린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경록 관장이 의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중이었다. 우연히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료사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의료사는 한국사에서 그다지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의료사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전공을 고려시대 사회경제사에서 고려시대 의료사로 전향하게 됐다. 
 
"의과대학에서 근현대 서양의료 도입사에 대한 일을 하게 됐다. 낮에는 근현대 의료사를 연구하고, 밤에는 고려시대 상업사를 공부했다. 점점 상업사보다 의료사 공부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의료사에 많은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고려시대 의료사를 전공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세대학교 동은의학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를 했다. 2004년에 한독의약박물관장에 선임됐다. 34살 젊은 나이였지만 박물관 근무 경험에다가 당시에는 드문 의료사 전문가여서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한독의약박물관은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이경록 관장이 수장이 된 이후 음성군 지역의 대표적 문화 공간이자 관람객과 호흡하는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는 전언이다. 한독의약박물관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였다. 한독의약박물관은 의약 유물을 보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의료사 연구에 크게 공헌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관람객의 상당수가 의과·약학·한의·간호 대학교 학생이기도 하다. 
 
한독의약박물관은 국내 최초 기업박물관이다. 한독약품(현재 한독)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창업자인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한독약사관을 1964년 설립했다. 1957년 독일 출장을 간 김 명예회장이 하이델베르그에 소재한 독일약학박물관을 관람한 후 큰 감명을 받아 박물관 설립을 결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약 관련 유물을 보존해야겠다는 의도였다. 한독약사관은 1974년에 독립된 건물로 이전하며 한독의약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1995년 충청북도 음성군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의료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겐 유명한 박물관이다. 미술관·박물관 1000관 시대에서 한독의약박물관은 단연 독보적이다. 각종 유물은 김신권 회장이 각 나라를 순방하며 수집했다. 개인으로부터 보존 가치가 높은 의약사료 소장품을 기증받았다. 1970년 김두종 박사로부터 고의서 2641권을 기증받기도 했다. 현재 국가 지정 문화재로 보물 6점, 충북도 지정 문화재 2점을 소장하고 있다. 동서양 의약 유물은 총 2만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유물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
 
한독의약박물관은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희귀 의약 유물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주요 소장품은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 초간본이 대표적이다. 한독의약박물관을 포함해 서울대학교,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4개 기관만이 동의보감 초간본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은 지금까지 의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준 17세기 의학서적으로 2009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 의약 유물이다. 고려시대에 환약을 보관할 때 쓰였던 '청자상감상약국명합', 의학서적인 '의방유취'와 '구급간이방' 등도 한독의약박물관의 자랑이다.
 
한국 의약 유물뿐만 아니라 국제전시실에선 중국과 일본, 티벳의 의약 자료와 외과수술 도구 등 동서양 의약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1890년대 독일 약국을 그대로 재현한 모형도 볼 수 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의 세균학자인 플레밍 박사의 연구실을 동일하게 복원해 놓기도 했다. 
 
이 관장은 2015년을 한국의약박물관의 의미 있는 해로 꼽는다. 개관 50주년을 맞이해 박물관을 전면 개편했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시관 리모델링을 주도했다. 공사에만 2014년 1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꼬박 5개월이 걸렸다. 
 
"쇼케이스, 조명, 색감 등 전시물을 집중 부각시키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면 리모델링했다. 건강과 삶에 대해 작가의 창작 예술 작품이 전시되는 생명갤러리와 한독와 역사와 기업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한독역사실이 신설됐다. 박물관은 단순히 옛 유물만 전시해놓아 지루할 수 있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관람시스템 등도 구축했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와 '비콘(Beacon)' 등 첨단 IT 기술을 통해 큐레이터의 설명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SNS에 공유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당의기 앞에 있는 한독의 소화제 '훼스탈' 알약 이미지를 비추면 1960년대 소화제를 만드는 장면이 증강현실로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생명갤러리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관람객이 과거 유물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품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신설됐다. 
 
이 관장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유치원생을 위한 의약기구 만들어보기, 초등학생을 위한 혈액형 알아보기, 중고생을 위한 십전대보탕 만들어보기 등 연령대별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소화제 만들기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소화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소화를 돕는지 설명을 듣고, 직접 소화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박물관의 가장 기본은 전근대 이전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약이라는 창을 통해서 선조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 한독의약박물관이 동서양 의약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경록 관장이 관람객에게 한독의약박물관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독제석재단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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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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